알란 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 1978년)는 1970년대판 '빠삐용'이다.
터키에서 마약 2킬로그램을 몸에 숨겨 비행기를 타려다가 체포된 미국 청년이 3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 역시 '빠삐용'과 마찬가지로 놀랍게도 실화다.
윌리엄 헤이즈가 겪은 이야기를 쓴 책을 토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빠삐용'과 달리 논란을 불렀다.
빠삐용이 사실을 토대로 극적 재미를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 작품은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감독과 제작진은 실제와 달리 터키 감옥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비극적이며 잔혹하게 묘사했고 탈출 장면 또한 사실과 다르게 극적으로 만들었다.
그 바람에 터키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반대가 심했고 상영이 금지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1970년대 터키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들을 억압해 국제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터키를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로 묘사했으니 터키 정부에서는 이 영화를 좋게 볼 수가 없다.
실제로 이 작품은 한동안 터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주는데 일조했다.
먼 훗날 배우와 극본을 쓴 올리버 스톤 등은 영화가 사실을 왜곡한 점에 대해 사과했으나 파커 감독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사실 왜곡과 달리 완성도가 높다.
등장인물들이 탈옥을 결심할 때까지 겪는 고초를 점증적으로 묘사해 보는 사람이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감독의 연출력이 치밀했고, 무엇보다 올리버 스톤의 각본이 뛰어났다.
여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조르지오 모로더의 뛰어난 음악은 지금 다시 들어봐도 훌륭하다.
아쉬운 것은 배우의 연기다.
조연을 맡은 존 허트의 연기는 좋았지만 정작 주연인 브래드 데이비스의 연기는 몰입감이 떨어진다.
특히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당황하는 연기는 다소 어색하고 과장되기까지 하다.
'빠삐용'이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연기 호흡으로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는 상승 작용을 일으킨데 반해서 이 작품은 오히려 브래드 데이비스의 연기가 재미를 갉아먹는 역작용을 했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여서 거친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며 윤곽선도 두터운 편이다.
특히 어두운 장면의 디테일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돌비 트루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도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 해설과 제작과정 등이 수록됐는데 안타깝게도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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