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년)는 '나홀로 집에'와 더불어 크리스마스 때 볼 만 한 낭만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옴니버스식으로 담았다.
그 모든 사랑이 꼭 아름답고 행복한 것 만은 아니다.
멀리서 가슴 졸이며 바라만봐야 하는 애태우는 사랑도 있고, 둘이 좋아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랑도 있다.
반면 신데렐라식 사랑 이야기나 어린 아이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모든 사랑의 기저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본능적으로 누구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깔려 있다.
그래서 보면 볼 수록 행복하면서도 아픈 작품이다.
특히 친구의 아내를 좋아하는 청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마음을 적은 종이 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여주는 명장면은 숱한 사람들이 베껴먹는 유명 레퍼토리가 됐다.
빌 나이, 콜린 퍼스, 앨런 릭맨, 휴 그랜트, 엠마 톰슨, 리암 니슨 등 당대 한가락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진솔한 연기를 보여줬다.
더불어 조니 미첼의 우울한 'Both Sides Now'부터 'All You Need Is Love', 빌 나이가 부른 'Christmas Is All Around' 등 귀에 익은 음악들도 좋았다.
워킹타이틀의 간판인 리처드 커티스의 로맨티시즘을 다시금 만끽할 수 있는 명작으로, 가슴벅찬 감동과 행복을 담은 영화다.
얼마전 국내 출시된 무삭제판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극장 개봉시 삭제된 포르노 배우 커플의 이야기도 수록돼 있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우수한 샤프니스 덕에 화질이 좋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 삭제장면,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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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빌 나이의 노래처럼 '사랑은 온누리에 있다'는 것. 비록 가슴아픈 사랑도 있지만 행복과 가슴앓이는 결국 사랑이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다.
인트로 장면은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1주일 동안 몰래 촬영한 뒤 당사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서명을 받았다.
커티스 감독은 1970~74년 수상을 지낸 에드워드 히스가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단다. 수상 역은 휴 그랜트가 맡았다.
흰 옷 입은 할머니는 감독의 장모다. 이 장면은 중간에 휴 그랜트의 넥타이가 갈색에서 갑자기 청색으로 바뀌는 옥의 티가 나온다. 쉬는 시간에 넥타이를 갈아매고 그대로 출연한 것을 아무도 몰랐다.
콜린 퍼스가 작품을 쓰기 위해 머물던 프랑스의 집은 화재로 소실돼 버렸다.
빌 나이는 한물 간 록커였으나 재기하는 가수로 나와 커티스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를 전달한다. TV쇼 진행자로 나온 청년인 엔트와 덕은 영국의 유명한 TV쇼 스타들이다.
바람에 날려 호수에 떨어진 원고를 건지기 위해 물로 뛰어드는 장면에 나오는 호수는 수심이 수십 cm 밖에 안돼 배우들이 호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촬영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 천사 역으로 등장. 셀프리즈 백화점에서 촬영한 오랜 시간 포장을 해 주는 장면은 감독이 뉴욕서 겪은 실화다.
드럼치는 소년을 연기한 토마스 생스터는 아버지가 드러며여서 아버지한테 드럼을 배웠다.
올리비아 올슨은 200 대 1 경쟁률을 뚫고 뽑혔단다.
유명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가 깜짝 출연.
소년이 미국으로 떠나는 소녀를 만나기 위해 공항을 질주하는 장면은 셰퍼튼 공항과 히드로 공항을 오가며 촬영.
콜린 퍼스와 루시아 모니즈의 에피소드는 커티스 감독이 프랑스에서 생활할 때 예쁜 포르투갈 가정부를 매일 30분씩 차로 집에 데려다 준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
이 영화 최대의 명장면.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 청년의 가슴아픈 카드 고백은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흉내냈다.
이 작품은 런던의 야경을 참 아름답게 보여준다.
사랑이 모두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서로 좋아하면서도 이뤄지기 힘든 안타까운 사랑도 담았다.
앨버트 브릿지의 아름다운 야경.
미국 대통령과 여비서의 야릇한 장면은 클린턴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비꼬았다. 공교롭게 여배우도 르윈스키를 닮았다.
반면 영국식 영어에 대한 미국 처녀들의 맹목적인 추종 장면은 은근히 미국을 얕보는 영국의 우월주의가 배어 있다.
이 작품은 처음 가편집이 끝났을 때 3시간 30분이었다. 이를 무려 80분을 잘라냈다.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가 나직히 흐르는 가운데 여인은 남편의 배신에 가슴이 무너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가슴아픈 장면. 조니 미첼은 25세 때 처음 발표한 이 곡을 나이먹고 읊조리듯 다시 불렀다. 세월의 원숙미 때문인 지 원곡보다 다시 부른 곡이 훨씬 낫다.
포르노 배우 커플의 이야기는 국내 개봉시 삭제됐다. 삭제될 만큼 야한 장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