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만난 카를로스 자우라(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카르멘'(Carmen, 1983년)은 충격적인 감동 그 자체였다.
이야기는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 소설과 비제의 오페라로 익히 알려진 같은 내용이지만, 이를 플라멩코로 표현한 춤과 영상이 기가 막혔다.
소설과 같은 줄거리를 취한 영화는 현실과 극중 공연을 오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이한 것은 상당 부분 이야기 전개를 춤으로 대신하는 점이다.
카르멘과 담배 공장 여공의 결투를 비롯해 질투에 눈이 먼 남자 주인공의 싸움까지 모든 것이 플라멩코로 대체됐다.
특히 여러 사람이 발을 구르며 긴박하게 펼쳐지는 군무나, 아무 음악없이 오로지 탭댄스 같은 발 박자와 지팡이를 두드리는 소리로 펼쳐지는 대결 장면은 압권이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 냈을까 싶을 만큼 영화는 독특하다.
이면에는 카를로스 자우라 감독의 남다른 이력이 있다.
1932년생인 카를로스 자우라 감독은 올해 80세의 노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돈 조반니' 같은 작품을 개봉할 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다.
그는 어려서 플라멩코 댄서를 꿈꾸었을 정도로 춤에 빠져 살았다.
화가인 동생 덕분에 그림도 좋아하고, 소설도 3권이나 쓸 만큼 문학적 소양도 풍부하다.
특히 어려서부터 사진찍기를 좋아해, 무려 600대의 카메라를 갖고 있을 만큼 영상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사람이다.
이처럼 문화적 감성이 풍부한 그였기에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나가려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시적이며 음악적이며 회화적이고 한 편의 발레를 보는 것처럼 역동적인 다면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숱한 카르멘 작품 중에서도 이 작품이 단연 빛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작품이 블루레이로 나오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DVD로만 출시됐다.
영상은 1.66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DVD인 만큼 화질은 아무래도 좋지 않다.
색도 번지고 샤프니스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무하다.
참고로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한글 제목을 '카르맨'으로 잘못 표기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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