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 플레처 감독의 '로켓맨'(Rocketman, 2019년)은 여느 전기 영화와 다른 독특한 인물 영화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의 팝 가수 엘튼 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살아온 인생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는 전기 영화는 아니다.
엘튼 존의 외양보다는 그의 내면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 작품이다.
팝스타로서 엘튼 존은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인기를 얻은 뒤 이를 감당하지 못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스타들이 더러 있는데 엘튼 존도 그런 경우였다.
어려서 엄격한 클래식 교육과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그는 성공한 뒤 마치 억눌린 욕망을 폭발시키듯 제멋대로 삶을 살았다.
지독한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 폭식증에 빠진 동성애자였던 그는 망가져가는 자신의 삶을 주체하지 못해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자살충동이 가장 심했던 때가 1972년 히트곡 '로켓맨'을 발표했을 때였다.
엘튼 존이 이 시기를 상징하는 곡목을 영화 제목으로 삼은 것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결별한 어두웠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기반성의 의미가 강하다.
실제로 엘튼 존은 영화 제작에 앞서 "이 영화를 전기 영화가 아닌 뮤지컬 판타지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보통 사람들이 평생 걸려도 되기 힘든 세계적 스타로 살았지만 화려한 삶의 이면에는 자기 파괴적인 비이성적 행동과 우울증, 폭식증에 섹스 중독으로 얼룩져 있었다.
엘튼 존은 그 모든 것이 "코카인과 술에 중독돼 삶의 균형을 잃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모습들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대중의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그런 것들을 공개해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부동의 스타가 된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마냥 행복한 스타만은 아니었다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동전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엘튼 존의 말처럼 영광과 고통이 한 몸이라는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그 점은 이 작품과 곧잘 비교되는 '보헤미안 랩소디'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의 삶과 노래를 직설적으로 소개했다면 이 작품은 엘튼 존의 삶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각종 은유와 판타지적인 장면으로 우회한 점이 다르다.
감독은 로켓맨을 연주하며 엘튼 존이 풍선처럼 두둥실 떠오르거나 물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통해 엘튼 존의 심리를 묘사했다.
하지만 엘튼 존이 국내에서도 많은 노래들을 알린 대단한 팝스타이지만 개인적인 삶까지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렇기에 지나친 은유와 판타지적인 묘사는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장면들은 만화처럼 화려하고 신기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노래 선곡도 국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엘튼 존은 록,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가수이지만 국내에서는 'Tonight'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Daniel' 'Sixty Year on' 등 마이너 음계의 발라드 곡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곡들 가운데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만 짧게 나온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국내에서 인기 있는 곡들이 좀 더 많이 나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구성과 선곡을 떠나 엘튼 존을 연기한 태런 에저튼의 변신은 놀랍다.
머리까지 밀어가며 탈모가 진행된 엘튼 존을 흉내 낸 모습도 대단하지만 노래 실력이 참으로 뛰어났다.
극 중 삽입곡을 직접 부른 태런 에저튼은 엘튼 존의 모사가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엘튼 존의 노래들을 소화했다.
어찌 보면 엘튼 존과 다르게 보였을 수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잘 살렸기에 노래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게 됐다.
새삼 태런 에저튼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엘튼 존이라는 뮤지션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엘튼 존은 독백에 가까운 이 영화로 심리적 부담을 덜었을 수 있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노래를 통해 팬으로 끌어들이기에는 너무 안으로 침잠했다.
그 점이 '보헤미안 랩소디'와 이 작품의 흥행을 갈랐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칼 같은 윤곽선과 쨍한 색감에 섬세한 디테일까지 갖췄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특히 엘튼 존이 공연을 펼치는 장면은 실제 공연장처럼 공간감이 살아난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제작진 인터뷰, 미술과 의상, 분장, 세트와 스튜디오 세션, 삭제 장면 및 삭제곡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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