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왓치맨(얼티밋 컷, 블루레이)

울프팩 2020. 5. 1. 21:38
슈퍼 히어로물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이다.
이 작품은 핵 전쟁에 대한 공포와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을 배경으로 자경단처럼 활약한 초영웅들의 선악을 넘나드는 고뇌를 다뤘다.

1987년부터 88년까지 12권으로 발행된 원작은 마치 철학의 존재론과 인식론을 날줄과 씨줄로 삼은 듯한 깊이감과 메시지 덕분에 만화로는 유일하게 1988년 SF최고 권위상인 휴고 상을 받았고,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에 들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주제가 심오하고 묵직하다.

이를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훌륭한 영상(Watchmen, 2009년)으로 옮겨 놓았다.
원작의 기기묘묘한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했고,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슬로 모션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시대를 풍미했던 정겨운 음악들로 앨런 무어가 그리려고 했던 세계관과 영웅들의 고뇌를 절절하게 살려냈다.

이미 '300'에서 보여준 것처럼 잭 스나이더 감독은 임팩트 있는 영상을 구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어서 적절한 장면에 스타카토를 찍듯 액센트를 주어 관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12권의 원작을 압축하다보니 상영 시간이 2시간 42분에 이른다.
원작을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기존 슈퍼 히어로물과 다르다보니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을 만한 슈퍼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얼티밋 컷 블루레이는 원작에 없던 애니메이션이 새로 추가됐다.

극 중 소년이 가판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보는 만화책 '검은 수송선 이야기'를 약 5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넣어 놓았다.

덕분에 상영시간이 3시간 35분 분량으로 대폭 늘어났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반갑게도 우리 인력이 투입됐다.

서울의 빅스타 애니메이션에서 이 작업을 맡았다.


1080p 풀HD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한다.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부드러운 색감과 뛰어난 샤프니스 덕에 화질이 훌륭하다.

음향도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던 과거 블루레이와 달리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한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약 2시간 분량의 다양한 부록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돼 있다.
타이틀 구성도 훌륭한 편.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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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슈퍼 히어로들은 정의감 때문에 스스로 거리로 나선 자경단 같은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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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 감독은 '300'에서 피톨 하나하나를 세세히 보여줘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준 영상을 이 작품에서도 다시 한 번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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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의 상징처럼 돼버린 스마일 마크. 그림은 데이브 기본스가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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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다양한 물리학 이론이 등장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제작진은 실제 물리학 교수를 초빙해 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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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하탄 프로젝트'를 연상케 하는 닥터 맨하탄. 그의 힘은 전자기력이 사라지게 만들어 아원자 단계에서 분자들이 흩어저 몸이 분해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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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텔레포트 하는 장면은 과장되긴 했지만, 파동 함수를 조절해 멀리 이동하는 양자 역학의 터널 효과를 응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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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의 몸이 푸른색인 것은 전자가 초고속으로 움직이면 푸른 빛이 나는 체렌코프 방사 현상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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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 초영웅도 마찬가지, 무조건 선하지 않다. '코미디언'처럼 대통령 암살, 임산부 살해 등 악한 짓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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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초영웅의 약한 면을 드러냈다. 그들도 더 할 수 없이 유혹에 약하고, 양심에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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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고어적인 액션 장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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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시간의 병렬 배치다. 과거, 현재, 미래가 순차적이지 않고 유동적으로 흐른다. 그렇다보니 난해하게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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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를 닮은 아울십은 실물 크기로 제작해 크레인과 짐벌 위에 올려놓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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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초영웅들의 정사신. 레오나드 코헨의 'hallelujah'가 흘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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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으로 팔을 잘라내는 장면. '새벽의 저주'를 만든 감독답게 고어 장면이 화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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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무어는 코믹계의 '시민 케인'으로 꼽힐 만큼 명작 대접을 받는 이 작품 외에 '브이 포 벤데타' '젠틀맨 리그' 등을 썼다. 이 작품 덕분에 DC코믹스는 강력한 경쟁 상대인 마블 코믹스를 누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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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액션은 중국 우슈와 쿵푸를 섞어 연출. 니나의 '99 Luftbaloon' 냇 킹 콜의 'Unforgettable' 지미 헨드릭스의 'Along the Watchtower' 등 삽입곡들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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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초영웅들은 세계 평화를 위해 일부를 희생해가며 스스로 인류 공동의 적이 된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스스로 적을 만들어내는 강대국의 패권 논리를 보는 듯한 결말이 섬뜩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왓치맨 (1Disc 스틸북 한정수량) : 블루레이
잭 스나이더
왓치맨 얼티밋 컷 (2Disc 초도한정)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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