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만든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2013년)을 보면서 가장 눈에 설었던 것은 슈퍼맨의 복장이다.
오래도록 벗지 않았던 빨간 팬티가 사라졌기 때문.
파란색 기본 의상도 군회색의 중세 시대 미늘 갑옷처럼 변해서 탄탄한 근육질이 돋보였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가슴의 S자 문양과 붉은 망토.
새롭게 바뀐 복장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만큼 세련됐다.
하지만 영화 내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이 영화는 고향인 크립톤 행성의 붕괴를 피해 지구로 날아온 슈퍼맨이 양부모 밑에서 자라며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발견, 의로운 일에 사용하는 동어반복적인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나온 1970년대 '슈퍼맨'부터 '슈퍼맨 리턴즈'까지 끊임없이 반복한 내용이다.
물론 이번 작품은 크립톤 행성의 독특한 체계와 내부 권력다툼 등 전작들에서 보지 못한 내용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기본적인 설정은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성경에서 빌려온 요소를 내세워 슈퍼맨의 구원자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 보니 볼거리로 차별화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복장도 바꾸고 우주전쟁 같은 요란한 싸움을 추가하는 등 시각화에 크게 의존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
크립톤 행성의 부활을 위해 지구로 슈퍼맨을 찾아온 조드 장군 일행과의 싸움은 '우주전쟁'을 연상케 한다.
아예 지구의 중력장을 바꿔 통째로 행성을 뒤엎으려는 악당의 시도부터, 거대한 마천루가 콩가루처럼 가볍게 부서진다.
제목처럼 강철 사나이에 어울리는 파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지만 늘어난 스케일 만큼 요란하고 시끄럽기만 할 뿐, 싸움이 색다르거나 차별화되지 않아 재미는 훨씬 줄어 들었다.
오히려 과장된 액션은 시청각적 피로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스파이더맨'부터 '배트맨'까지 초영웅 이야기에 유행처럼 번진 자아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도 일종의 유행병 놀음처럼 보인다.
다만 처음부터 신분을 숨김없이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란 존재가 완벽한 익명이 가능할 지 의문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 점을 잘 짚었다.
일지매처럼 익명이 주는 신비감은 사라졌지만 그만큼 개연성있는 설정이다.
러셀 크로, 케빈 코스트너, 다아인 레인 등 쟁쟁한 스타들을 볼 수 있어 반가운데 이야기의 구성이나 볼거리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선명한 윤곽선과 함께 세세한 디테일이 발군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위력적이고 폭발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동하는 우주선 소리를 들어보면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아주 좋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화질이 우수하다.
샤프니스도 좋고 색감도 훌륭하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아주 우수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넓게 확산되는 가운데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또렷이 들린다.
부록으로 캐릭터 소개와 액션 촬영, 특수효과, 75주년 기념 애니메이티드 샷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속 신문사인 데일리플래닛 사무실은 지금은 윌리스타워로 바뀐 시카고의 시어스타워에서 촬영. 스나이더 감독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2D 촬영 후 3D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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