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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달

울프팩 2013. 6. 20. 21:30

1963년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세기적인 스캔들 사건이 터졌다.
바로 프로퓨모 사건이다.

영국 보수당의 해롤드 맥밀런 수상이 내각을 이끌던 1961년, 존 프로퓨모 육군장관이 한 여성을 만났다.
당시 사교계 명사였던 척추 전문의 스티븐 워드가 개최한 파티에서 본 여인은 크리스틴 킬러.

워드 박사의 동거녀였던 크리스틴 킬러는 곧 프로퓨모와 5주 가량 밀회를 즐겼다.
문제는 같은 기간 영국주재 구 소련대사관 무관이었던 해군 대령 에프게이 이바노프도 크리스틴 킬러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게 넘어갔으나, 1962년 크리스틴을 사이에 두고 격투를 벌였던 흑인 남성이 총질을 하는 바람에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으면서 프로퓨모 장관의 밀회 사건이 세상에 터지게 됐다.
프로퓨모는 1963년 하원에 나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크리스틴 및 크리스틴의 친구인 마릴린 데이비드, 워드 박사 등의 얘기가 언론에 터져나오면서 결국 차기 수상 후보로 주목받던 프로퓨모는 1963년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정계에서 물러났다.
맥밀란 수상은 급히 데닝 판사를 위원장으로 한 조사위원회를 꾸려 기밀 유출 여부를 조사했다.

위원회는 3개월 동안 조사 후 "기밀 유출은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보수당은 이 스캔들 때문에 패배해 정권을 넘겨야 했다.

정권을 바꾼 사람들의 이후 삶은 각기 엇갈렸다.
프로퓨모는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펼쳐 1975년 훈장까지 받았고, 2006년 91세로 사망했다.

매춘 알선 등으로 조사받던 스티븐 워드 박사는 1963년 8월 신경안정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했다.
주인공 크리스틴 킬러는 흑인 폭행 사건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기소돼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모범수로 복역해 6개월 만에 출옥했고, 세간의 시선을 피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살고 있다.
마이클 카튼 존스 감독은 이 사건을 토대로 영화 '스캔달'(Scandal, 1989년)을 만들었다.

제작 당시 주요 인물들이 생존해 있어서 조심스러웠을 텐데 표현이 거침 없다.
크리스틴 킬러가 유명 인사들과 벌이는 행각이나 파티장 풍경은 적나라하다.

파티장 풍경은 헤어누드와 성기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건 자체가 드라마틱해서 이야기만 따라 가도 흥미진진한 작품.

주요 배우들의 생김새도 실제 인물들을 닮은 편.
하지만 사건 전개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인물에 대한 내면 탐구는 부족하다.

그 바람에 킬러의 과거 등 인물들을 이해할 만한 배경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실패했다.
그 바람에 연대기적으로 사건을 훑는 평이한 작품이 돼 버렸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이하다.
링잉이 보이고 영상이 탁해 디테일이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과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킬러 역을 맡은 조안 웨일리가 의자에 거꾸로 걸터앉은 포스터는 실제 크리스틴 킬러가 1963년에 누드로 찍은 유명한 사진을 그대로 흉내낸 것.
크리스틴 킬러는 런던 근교의 빈민가에 버스를 개조한 트레일러에서 계부 및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려서부터 신문배달, 애보기 등으로 돈을 벌었고, 15세때 웨이트리스, 16세때 양장점 모델 일을 했다.
크리스틴 킬러는 17세때 미국 공군 상사의 아이를 낳았으나 6일 만에 황달로 죽었다. 이후 18세때 카바레 댄서로 일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이때 예쁘지만 가난한 여성들을 꾸며 사교계에 데뷔시키는 재주를 가진 스티븐 워드 박사를 만났다.
크리스틴 킬러는 당시 영화배우를 꿈꿨고, 워드도 이를 밀어주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크리스틴 킬러를 연기한 조안 웨일리. '네이비씰' '윌로우' 등에 출연했다. '윌로우'를 찍으며 만난 발 킬머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1996년 이혼했다.
워드는 동거녀인 크리스틴 킬러에게 밀회의 장소로 자기 집을 제공했다. 그 바람에 프로퓨모 장관과 이바노프 대령은 워드의 집을 번갈아 드나들었다.
이 영화는 음악이 참 좋다. 쉐도우스의 유명한 기타 연주곡 '아파치'를 비롯해 프랭크 시나트라의 'Witchcraft',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 비틀즈의 'Do you Want to Know a Secret', 더스트 스프링필드의 'Nothing has been Proved', 처비 체커의 'The Twist' 등 주옥같은 60년대 명곡들이 흘러 나온다.
킬러의 친구 맨디 데이비스를 연기한 브리짓 폰다(오른쪽). 배우 집안인 헨리 폰다의 손녀이자 피터 폰다의 딸이다. 작곡가 대니 엘프먼과 결혼한 뒤 은퇴했다. 에밀리 로이드가 맨디 역에 먼저 섭외됐으나 더 많은 출연료를 요구해 무산됐다.
프로퓨모 장관은 1961년 워드가 영국 귀족 윌리엄 월돌프 아스토어경의 클리브덴 별장을 빌려서 개최한 파티에서 벌거벗고 춤추던 크리스틴 킬러를 처음 만났다.
프로퓨모 장관을 연기한 이안 맥켈런. 데이비드 서쳇도 장관 역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외모는 서쳇이 실제 프로퓨모와 더 닮았다.
음란 파티 장면에서 헤어누드와 성기 노출 등이 잠깐 등장.
프로퓨머 장관은 염문 사실을 아내인 연극 배우 발레리 호프먼에게 먼저 고백했다. 아내는 끝까지 프로퓨머를 지지했다.
스티븐 워드 박사를 연기한 존 허트. 워드는 그림도 곧잘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크리스틴 킬러는 대마초 중독자였던 2명의 흑인을 사귀었고, 이 때문에 싸움이 나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프로퓨모 스캔들이 터졌다. 총을 쏜 흑인은 살인 미수 및 총기류 불법소지죄로 체포됐다.
이바노프 대령도 사건 발생 후 소련으로 소환됐다. 한 여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인생을 망친 셈이다.
옥스포드대학을 나와 25세에  최연소 하원의원이 돼 승승장구하던 프로퓨머는 하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 정치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살 후 모트레이크에서 화장된 워드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킬러의 친구인 맨디 데이비스는 카바레 가수가 돼 영국을 떠나 이스라엘에서 '맨디스'라는 나이트 클럽을 개업해 성공했다. 이 영화는 크리스틴 킬러와 맨디 데비이스의 자서전, 이 사건에 얽힌 여러 책들을 토대로 제작됐다.
스캔달
마이클 카튼 존스 감독/브리짓 폰다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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