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스콧 필그림'(Scott Pilgrim Vs. The World, 2010년)은 감각적이고 재기 발랄한 영화다.
캐나다 만화가인 브라이언 리 오말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록밴드의 베이스 연주자인 스콧 필그림(마이클 세라 Michael Cera)의 사랑과 이별을 다뤘다.
친구 집에 묻어 살면서 록밴드 섹스바밤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스콧은 어느 날 미모의 여성 라모나(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Mary Elizabeth Winstead)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라모나를 만나려면 옛 애인 7명을 싸워 물리쳐야 한다.
그때부터 라모나의 사랑을 얻기 위한 스콧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의 구성은 마치 차례로 중간 보스들을 깨트리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 같다.
구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상도 게임을 옮겨 놓은 듯하다.
눈에서 광선이 번쩍이고 적을 타격하면 게임처럼 요란한 문구와 시각효과가 배경에 등장한다.
액션 또한 과장되기 그지없다.
허공을 날아 상대를 후려치고 광선검처럼 불타오르는 검을 들고 맞선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액션이지만 콘솔 게임광과 일본 만화 오타쿠인 원작자의 머릿속에서는 현실처럼 보이는 상상들이다.
실제로 일본 만화와 저패니메이션, 콘솔 게임의 대단한 마니아인 원작자 브라이언 리 오말리는 작품 곳곳에 어려서 빠져 들었던 일본 콘텐츠에 대한 오마주를 남겨 놓았다.
라이트 감독 또한 원작자의 의도를 살려 영화에 충실하게 재현했다.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면 재기 발랄하며 게임처럼 감각적인 작품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10대들의 치기 어린 사랑놀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개봉 당시 호불호가 엇갈렸다.
일본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컬트로 취급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일본 콘텐츠의 흔적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모나 등 주요 등장인물들은 옷차림까지 일본 만화풍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극 중 삽입된 원작자의 그래픽 노블 컷도 이런 이질적인 요소에 한몫했다.
그 바람에 미국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고 그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못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만화 같은 구성의 화면과 게임을 보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감각적인 이야기와 영상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주인공이 유약해 보인다며 마이클 세라의 캐스팅에 반대했지만 황당한 상상력의 발현에 잘 어울려 보인다.
결투 장면에서 적을 때려눕혔을 때 나약한 이미지가 주는 반전 효과가 있다.
괜찮은 작품인 만큼 늦게라도 사람들에게 재발견됐으면 좋겠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디테일이 뛰어나고 색감이 강렬하다.
특히 색깔의 그러데이션 효과가 좋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각종 효과음이 폭발하듯 사방 채널을 울리며 저음이 둔중하게 울린다.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좋은 편이다.
4K 타이틀에 비하면 미디어의 특성상 샤프니스와 디테일이 약간 부족하며 색감도 부드러워 보인다.
블루레이 타이틀의 음향은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데 역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채널 분리가 잘 돼 있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 NG 장면, 제작 과정, 추가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해설 부록인 트라비아 트랙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일부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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