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군도: 민란의 시대(블루레이)

울프팩 2022. 2. 5. 21:39

윤종빈 감독의 '군도'(2014년)를 보면 윤 감독이 서부극을 꽤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의적들을 다룬 영화지만 액션이나 음악, 무기 등이 마치 서부극을 연상케 한다.

 

내용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실존했던 도적으로 알려진 추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깊은 산골에 은거한 채 무리를 지어 탐관오리나 못된 지주 양반을 털어 양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도적떼들이 주인공이다.

 

도적들은 쌍칼을 잘 쓰거나 유성추 같은 쇠뭉치를 잘 쓰는 인물, 활의 명수와 검의 달인 등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특기를 살려 백성을 보호하고 탐관오리를 치는 모습은 마치 서부극 '황야의 7인'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라는 구호 아래 말을 타고 석양이 드리운 들판을 달리는 도적떼 무리는 영락없는 카우보이를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서부극 '쟝고'의 기관총 같은 다연발 무기도 등장한다.

 

백정 출신의 도적 도치(하정우)가 기관총을 끌고 와 군졸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관 속에 숨겨 온 기관총을 갈기던 장고를 닮았다.

도적떼의 대척점에 선 서얼 출신의 잔혹한 양반 조윤(강동원) 또한 서부극에서 흔히 등장하는 악당 우두머리 역할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여기에 음악도 서부극을 닮았다.

비단 서부극뿐만 아니라 도치가 뭉툭한 쌍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서극의 '칼'을 연상케 하고, 대나무 밭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와호장룡'이 생각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유명한 서부극과 무협물 등의 인상 깊은 장면들이 짜깁기한 것처럼 중첩된다.

이런 클리셰들이 감독의 의도든 아니든 재미있기는 하지만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울러 갓 쓰고 양복 입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고 어색해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그럼에도 꽤나 멋을 부린 액션 장면은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럽지만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만큼 공들여 액션 구성을 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정우, 강동원, 조진웅, 이경영, 이성민, 마동석 등 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스타 군단의 다채로운 연기도 볼 만하다.

 

진부한 스토리와 시대극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설정, 지나치게 강동원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춘 액션 등은 거슬리지만 그런대로 볼 만한 범작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연하게 필터링된 색감이 잘 살아 있고 샤프니스도 괜찮은 편.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들을 만하다.

채널 분리가 잘 돼 있고 리어 채널의 활용도가 높아서 입체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 해설, 제작 과정, 인물 소개와 액션 연출, VIP 시사회와 제작 보고회 영상, 디지털 콘티 등이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성민이 연기한 추설은 김구의 '백범일지'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다. 지리산 일대를 은거지로 활약했다.
영화는 주요 대목을 소설처럼 총 5장의 챕터로 나눠 놓았다.
챕터 뿐만 아니라 해설도 등장한다. 해설은 성우 정유미가 맡았다. 감독에 따르면 "해설이 극의 흐름을 깬다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도적들의 산채는 강원도 영월의 채석장에 지은 세트다.
무술감독 정두홍이 카메오 출연.
하정우는 촬영을 위해 매일 머리를 면도하고 그 위에 화상자국 등 특수분장을 했다. 틱 장애처럼 보이는 턱을 움찔거리는 연기는 하정우가 윤 감독을 보고 따라했다고 한다.
서부극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윤 감독이 일반 사극과 다르게 보이도록 일부러 설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현실성을 떨어뜨려 지나친 느낌이다.
눈 속에서 벌이는 습격 장면은 기장의 개인 소유 숲에서 촬영. 미국에서 들여온 인조 눈을 이용했다.
하정우의 입산식은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에서 피를 묻혀 의형제를 맺는 혈맹식 장면을 차용했다.
강동원이 검술이 뛰어난 악당 조윤을 연기.
제작진은 강동원이 휘두르는 긴 칼을 특수제작했다.
윤지혜가 활의 명수로 등장.
나룻배 장면은 철원 고석정에서 찍었다. 임꺽정이 활약했던 곳이다.
제작진은 효수 장면을 찍기 위해 300명의 보조 출연자를 군중 역할로 동원했다.
하정우가 조선시대 다연발 총을 끌고 나와 쓸어버리는 장면은 장고를 닮았다.
강동원은 촬영 시작 6개월 전부터 서울액션스쿨에서 검술 훈련을 했다.
대나무가 잘려서 쓰러지는 장면들은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마동석은 줄을 연결해 휘두르는 쇠뭉치를 무기로 들고 나왔는데, 촬영장에서 여기에 해피라는 이름을 붙여 강아지처럼 끌고 다녔다.
석양 속으로 말을 달려 사라지는 장면은 영락없는 서부극이다. 말을 탄 마동석의 클로즈업 장면은 실제 말이 아닌 더미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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