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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맨 인 더 다크2(4K)

울프팩 2022. 2. 7. 00:07

때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소리를 듣는 것 말고 볼 수 없는 어둠 속이라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로도 사야구에즈(Rodo Sayagues) 감독의 '맨 인 더 다크 2'(Don't Breathe 2, 2021년)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스릴러 영화다.

과거 네이비 실 출신의 참전 용사인 노인(스티븐 랭 Stephen Lang)은 수류탄 폭발로 시력을 잃어 앞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뛰어난 청각과 촉각을 무기로 앞을 보는 사람들 못지않은 뛰어난 싸움 실력을 보여준다.

물의 파동을 이용하고 작은 방울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는 노인은 어둠 속에서 치명적인 인간 병기로 거듭난다.

 

그런 노인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은 영어 제목처럼 숨조차 쉬지 않는 수밖에 없다.

전작이 맹인 노인의 집에서 벌어지는 공포의 추격전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노인의 집을 벗어나 스케일을 넓히고 액션의 규모를 키우면서 액션 스릴러로 변모했다.

 

내용은 기르던 아이가 마약 조직에 납치된 뒤 이를 구하기 위해 홀로 싸움에 나선 맹인 노인의 이야기다.

영화는 특이하게 시각 장애인의 상황을 반영하듯 최대한 색깔을 억제해 단색조의 분위기를 낸다.

 

희미하게 한 줄기 빛이 새어드는 짙은 어둠 속 지하실과 온통 뿌연 연기에 휩싸인 지옥 같은 붉은색 수영장은 그 자체로 공포의 공간이다.

그 속에서 맹인 노인이 펼치는 투박한 액션은 위력적이면서 섬뜩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은 악당들을 배려할 여지가 없다 보니 인정사정없는 잔혹한 폭력을 휘두른다.

망치로 머리를 깨뜨리고 순간접착제로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키며, 손가락으로 눈을 눌러 터뜨리는 등 과격하다.

 

그 속에서 악당들은 '눈 뜬 장님'이라는 속어처럼 속절없이 쓰러져 간다.

마치 '데어 데블'의 노인판을 보는 것처럼 특이한 주인공을 내세워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린 액션물이다.

 

전편에서 공동 각본을 썼던 로도 사야구에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 메가폰을 잡고 제작까지 참여하며 이색 스릴러를 선보였다.

그는 노인과 소녀, 악당들의 대결 구도에 동화를 대입했다.

 

노인의 철저한 통제 속에 살아가는 소녀를 용이 지키는 성에 갇힌 공주로 봤고, 소녀를 납치하려는 악당들을 용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려는 기사로 도치했다.

하지만 정의로운 존재로 알았던 기사들은 알고 보니 사악한 마녀의 부하들이었고 오히려 용이 소녀를 지켜준 셈이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이 작품은 전편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액션에 비중을 두면서 전편 같은 공포는 덜하지만 노인이 펼치는 활극이 이를 상쇄한다.

 

다만 못된 악당들을 혼내주는 노인의 활극은 후련하지만 소녀가 시체를 토막내게 하거나 살인을 하게 만드는 장면은 가혹해 보인다.

과연 지옥 같은 일을 겪고 살아남은 아이의 미래가 얼마나 밝을지 절로 걱정된다.

 

은근 3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기본적으로 영화 분위기상 어두운 장면이 많고 단색조 화면이 많아 디테일이 세세하게 살아나지는 않지만 샤프니스가 예리하고 색감도 차분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리어 채널에서 들리는 새 날아가는 소리 등 효과음의 이동이 자연스럽다.

 

부록으로 감독의 해설, 감독과 제작진의 해설 등 2편의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고 제작과정, 캐릭터 설명, 삭제 장면, 디자인 설명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전편처럼 디트로이트를 무대로 했다. 실제로 제작진은 디트로이트의 버려진 동네와 세르비아 숲에서 촬영. 제작진은 집을 지어 노인의 집 외부를 찍고, 내부는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화장실을 나가는 소녀의 머리카락을 훑는 남자의 손은 감독의 손이다.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노인의 집 지하실에서 맞붙은 악당역의 로시 보이는 격투기 선수 출신이다. 실제 폭발을 일으켜 지하실 폭발 장면을 촬영. 배우 몸에 불에 탄 가짜 신체 부위를 붙이고 찍었다.
악당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 온실에서 머리가 깨지는 장면을 촬영. 맹인 노인을 연기한 스티븐 랭. 전편에 이어 주연을 맡은 그는 '아바타'에서 쿼리치 대령으로 출연했다.
제작진은 1980, 90년대 영화 느낌을 내려고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했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노인은 딸을 잃고 신이 버렸다고 생각해 신을 믿지 않게 됐다. 그러나 소녀와 살게 되면서 소녀를 죽은 딸 대신 신이 보낸 선물로 알고 자신에게 신이 진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은 공정하다"라는 대사를 한다.
물이 찰랑거리는 바닥에 누워 물의 파동으로 적을 인지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보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는데서 생기는 약점을 잘 노린 영화다.
사야구에즈 감독은 우루과이에서 헤비메틀 밴드를 했고 영화 '이블 데드'의 각본을 제작자인 페데 알베레즈와 함께 썼다. 전편 감독이었던 알베레즈는 이 작품에서 감독과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했다.
지하실 폭발로 죽은 악당의 조끼에 붙은 알바카스트 패치는 우루과이 헤비메틀 밴드다. 감독이 좋아하는 밴드다.
악당의 머리 모양을 실리콘으로 만든 뒤 그 안에 진득한 액체를 채우고 눈을 누르는 장면을 찍었다.
유고의 수도인 벨그라드에서 막판 수영장 대결 장면을 촬영. 과거 티토 대통령의 개인 궁전이었던 곳이다. 수영장은 CG를 이용해 더 깊어 보이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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