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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블루레이)

울프팩 2022. 2. 23. 16:50

성경에서 구약의 '출애굽기'는 신약의 '요한 묵시록'과 더불어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요한 묵시록이 지옥도의 판타지를 묘사했다면 출애굽기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영웅적 투쟁담을 담았다.

 

그렇기에 영화로 만들기 참 좋은 소재다.

애굽, 즉 이집트로부터 유대민족의 대탈출(엑소더스)을 그린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 중에 세실 B 드밀 감독이 1956년에 만든 '십계'가 가장 유명하다.

 

다른 부분을 다 제쳐두고 찰튼 헤스톤(Charlton Heston)이 연기한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바다를 가르마 타듯 두쪽으로 가르는 장면이 스펙터클의 정수를 보여줬다.

덕분에 출애굽기라면 성경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십계'의 이 장면을 떠올릴 만큼 상징적인 아이콘이 됐다.

 

그 뒤로도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들은 여러 번 제작됐지만 드밀 감독의 '십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여기에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도전장을 던진 영화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Exodus: Gods and Kings, 2014년)이다.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등 유명한 대작들을 만들 스콧 감독은 스펙터클한 영화에 일가견이 있다.

이 작품 역시 명성에 걸맞게 스펙터클한 영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거대한 석상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이집트의 도시들, 이집트군과 히타이트군이 맞붙은 사막 전투, 10가지 재앙이 이집트를 덮치는 장면과 영화의 절정인 바다를 걸어서 건너 이집트를 탈출하는 장면 등을 보면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이 일조하기는 했지만 스콧 감독답게 많은 부분을 실사로 찍었다.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초대형 세트를 만들어 전차전을 찍고 스페인 알메리아에 길이 1km에 이르는 야외 세트를 세워 이집트의 멤피스와 피람세스시 등을 재현했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압도적 위용을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스콧 감독은 볼거리에만 치우치지 않고 인물들의 드라마를 놓치지 않았다.

모세(크리스천 베일 Christian Bale)가 시나이 산에 올라 하나님을 만나 번민하는 과정과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기까지 갈등하는 과정 등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

 

재미있는 것은 모세의 고뇌와 갈등에 스콧 감독의 시각이 철저하게 묻어 있다.

스콧 감독은 이 영화에서 종교적 기적보다는 역사적 사건에 치중했다.

 

그래서 이 영화 속 모세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지도자보다는 고뇌하는 인간 영웅의 모습에 더 가깝다.

결정적인 부분이 홍해를 가르는 장면이다.

 

이 작품에서는 지팡이를 들어 바닷물을 둘로 가르는 기적을 일으키는 선지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스라엘 민족은 자연과학에 힘입어 해류 현상으로 바닥을 드러낸 얕은 바닷물을 서둘러 건넌다.

 

물론 그 뒤에 거대한 파도가 이집트 군을 집어삼키며 신의 분노를 전하지만 스콧 감독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신에 대한 의문은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과 '프로메테우스' '킹덤 오브 헤븐'에서 일관되게 던진 질문들이다.

 

또 우상을 만든 이스라엘 민족을 향해 신의 말씀이 담긴 10계명 석판을 내려치며 분노하는 모세도 등장하지 않는다.

신의 말씀을 담담하게 옮겨 적을 뿐 신을 대리하는 선지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이런 점들이 기존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들과 차별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스콧 감독이 다룬 모세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기도 하다.

 

따라서 종교적 관점으로 본다면 논란거리가 다분한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종교를 떠나서 보면 나름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많은 영웅담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근래 제작된 영화답게 화질이 아주 좋다.

디테일이 발군이며 샤프니스 또한 예리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우수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 소리와 거대한 파도가 쏟아지는 소리 등이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부록은 본편 디스크와 별도의 디스크 등 2장의 디스크에 나눠 수록됐다.

감독과 각본을 쓴 제프리 케인의 음성해설, 역사 가이드, 삭제 및 확장 장면, 의상 및 세트 소품 미술 소개, 모세에 얽힌 역사 소개, 제작과정, HBO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내용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이 중 일부 부록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스콧 감독은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종교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다.
이집트 왕궁과 신전 등은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크리스천 베일이 이집트 왕자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 변신하는 모세를 연기했다.
이집트의 멤피스와 피람세스시는 스페인 알메리아에 길이 1km, 폭 1.5km의 야외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피라미드가 보이는 전경은 CG로 만들었다.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이집트군과 히타이트군의 카데시 전투를 촬영.
조엘 에저튼이 흰 비단뱀을 들고 있는 파라오 람세스를 연기. 람세스는 뱀을 좋아했다.
스페인 미카엘 채석장에서 유대인들이 노예처럼 돌을 캐는 장면을 촬영.
스핑크스는 기단부만 제작하고 머리는 디지털로 만들었다.
모세의 아내 십보라를 연기한 마리아 발베르드.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패덕 수조에 나일강 세트를 만들어 악어 습격 장면 등을 촬영. 실제 악어와 길이 6m의 로봇 악어를 섞어서 사용.
300마리의 고무 개구리와 실제 개구리, 실리콘으로 만든 우박 덩어리 등을 이용해 10대 재앙 장면을 촬영.
신의 존재를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한 점도 다른 종교영화와 다르다. 극 중에서 모세의 아내 십보라는 "신은 꼬마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모세는 "그럼 신은 어떻게 생겼는지 당신이 설명해 보라"고 답한다. 신을 본 사람이 없으니 꼬마의 모습이 아니라는 단정도 무리다.
바다를 건너는 장면은 극적이지 않다. 역사학자들은 출애굽기 장소가 홍해가 아니라 이집트의 습지대인 갈대바다로 보고 있다. 홍해는 대표적 오역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이탈리아 해안에서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 이집트 인근 해안에 해일이 발생해 바다가 바닥을 드러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60m 높이의 파도는 CG로 제작.
유대민족이 바다를 건너는 장면은 카나리아 제도의 푸에르테벤투라 해변에서 촬영. 5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제작진은 무게 226~300kg의 전차를 직접 만들었다. 이런 전차가 35대 동원됐다.
양 극단에 인물을 세워 와이드스크린의 장점을 잘 살린 영상. 스콧 감독의 관록이 빛난 영화다.
바다를 건너는 장면에서 10대의 제트스키를 동원해 인조 파도를 만들어 촬영. 배우들인 낙타똥이 떠다니는 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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