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맨 인 더 다크(블루레이)

울프팩 2022. 4. 9. 18:13

페데 알바레즈(Fede Alvarez) 감독이 만든 '맨 인 더 다크'(Don't Breathe, 2016년)는 참으로 독특하면서 기발한 스릴러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자란 세 명의 10대는 빈집털이로 용돈을 버는 좀도둑들이다.

 

그들이 도둑질 대상으로 찍은 상대는 이웃 하나 없이 버려진 동네에서 혼자 살아가는 눈먼 노인(스티븐 랭 Stephen Lang)이다.

그러나 영화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내 일깨운다.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생각하고 노인의 집에 침입한 10대들은 만만하게 봤던 장님 노인 때문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접하게 된다.

하필 노인은 퇴역한 미군 특수부대 용사로, 전장에서 폭탄이 터져 실명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은 대신 소리에 의지해 상대를 쓰러트리는데 결코 10대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원제처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침묵의 싸움을 벌인다.

 

알바레즈 감독은 달랑 집 한 채의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만으로 긴장감이 최고로 충만한 스릴러를 선보였다.

그가 부여한 실명 노인이라는 주인공의 핸디캡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는 무기가 된다.

 

이를 위해 노인은 불 꺼진 지하실이라는 어두운 공간을 싸움 장소로 택해 10대들을 몰이사냥하듯 구석으로 몰아가며 영리한 결투를 벌인다.

그때부터 불쌍한 노인은 괴물 같은 존재로 변하며 보는 사람까지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 과정에서 알바레즈 감독은 몇 번의 반전을 선사한다.

그는 힘없는 장님 노인이 알고 보니 '데어데블'처럼 어둠을 이용한 뛰어난 싸움꾼이라는 설정과 지하실의 비밀이 드러나며 펼쳐지는 거듭된 반전, 아울러 딸을 잃고 신의 존재를 부인하게 된 노인의 분노를 접하며 느끼게 되는 측은지심 등 물고 물리는 여러 장치들을 교묘하게 배치해 관객들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그만큼 알바레즈 감독은 영리하다.

노인에게 유리한 어두운 환경과 좁은 실내 공간은 적은 예산과 조명으로도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한 이유가 된다.

 

그 안에서 마치 밀실 추리소설처럼 완전한 침묵 속에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여느 스릴러나 공포물을 능가하는 공포와 긴장감으로 충만하다.

새삼 알바레즈 감독의 재치와 능력을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속편인 '맨 인 더 다크 2'도 제작됐다.

액션극에 가까운 속편의 감독은 공동 각본가인 로도 사야구에즈가 맡았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필터링된 차분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하지만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어두운 실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많은 부분이 어둠에 묻힌다.

DVD 보다는 암부 디테일이 살아나지만 블루레이의 장점을 체감하기 힘들 수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침묵이 중요하지만 간간히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충격적인 소리는 잔향을 길게 남기며 청취 공간을 가득 메운다.

 

부록으로 알바레스 감독과 대본을 같이 쓴 로도 사야구에즈, 주연배우 스티븐 랭이 참여한 음성 해설, 지하실 장면 설명, 배역 설명 및 세트와 음악 소개, 삭제 장면 등 다양한 내용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도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숨을 쉬지 말라는 원제처럼 소리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영화다. 페데 알바레스 감독은 각본도 함께 썼다.
이 영화는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잘 살렸다. 촬영은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찍은 페드로 루크가 맡았다.
알바레즈 감독은 디트로이트에서 발견한 벽돌집을 노인의 집으로 낙점했다.
제작진은 노인이 사는 버려진 디트로이트의 마을 풍경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찍었다.
제작진은 노인의 집 내부를 실제 디트로이트에서 발견한 벽돌집을 그대로 흉내내 스튜디오에 세트로 만들었다.
지하실 풍경은 엽기적인 노인의 실체를 드러낸다. 지하실의 비밀 때문에 10대 좀도둑들은 죽음의 위기로 내몰린다.
눈으로 봐야 총을 쏠 수 있다는 통념을 깨는 영화. 장님 노인 역의 스티븐 랭은 시야의 70%를 가리는 콘택트 렌즈를 끼고 연기했다.
극 중 나오는 무당벌레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곤충이다. 동물 조련사를 기용해 실제 곤충들로 촬영.
노인이 사용하는 주사기를 이용한 자궁수정 방법은 실제 의학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알바레즈 감독은 할리우드의 고전 누아르처럼 흑백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했다.
제작진은 시체를 채우는 타르를 검은 페인트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급격하게 바뀐다. 10대들의 표적이 된 노인이 안쓰러워보이다가 중반을 넘어서면 몰이사냥 당하는 10대들이 불쌍해 보인다.
한때 유럽에서는 기차를 타면 강도들이 수면 가스를 터뜨려 사람들을 재운 뒤 털어간다는 괴담이 돌았다. 감독은 이 작품 초반에 이를 이용했다.
알바레즈 감독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를 리메이크했다. 10대 소녀 록키를 연기한 제인 레비는 리메이크판 '이블 데드'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