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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푸조의 대부 에필로그(4K)

울프팩 2022. 4. 6. 00:10

지난 3월 27일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연출됐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과 알 파치노(Al Pacino),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세 사람이 무대에 올라 '대부' 50주년 개봉을 기념한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물이 아닌 과거의 특정 작품을 기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할리우드의 영화사에서 대부가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가 남다르다는 뜻이다.

 

'마리오 푸조의 대부 에필로그: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Mario Puzo`s The Godfather, Coda: The Death of Michael Corleone)이라는 긴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대부 3'을 재편집한 감독판이다.

극장 개봉판의 편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개봉 30주년을 맞아 코폴라 감독의 의도대로 새롭게 다시 편집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과 결말 부분, 중간의 일부 장면들이 약간씩 달라졌다.

극장판에 없던 내용이 새로 들어간 것보다 오히려 잘라낸 부분이 더 많다.

 

극장판은 2시간 50분 분량인데 감독 편집판은 2시간 37분 55초로 10분 이상 줄었다.

내용은 동일하다.

 

조직을 크게 키운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자식들을 위해 좀 더 합법적 사업을 하려고 이탈리아의 기업을 인수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뤘다.

여기에 마피아와 바티칸 교황청의 검은 유착, 마피아 조직 내 암투 등이 얽히면서 일은 콜레오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콜레오네는 적과 형제까지 죽이며 모질고 힘든 인생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 덧없다는 것을 느낀다.

마치 인생무상처럼 그가 쌓아 올린 부와 권력으로도 소중한 가족의 사랑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작 콜레오네가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인생의 종착지에 다다른 후였다.

안타까운 것은 그 길을 향해 달려가는 조카 빈센트 콜레오네(앤디 가르시아 Andy Garcia)의 모습이다.

 

결국 그의 행보도 마이클 콜레오네와 크게 다를 바 없기에 사랑도 포기한 채 권력을 향한 그의 질주가 안타깝기만 하다.

코폴라 감독은 대부 3부작을 통해 콜레오네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루면서 권력의 덧없음과 가족의 사랑을 강조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그런데 이런 감독의 의도는 이번 재편집판보다 원래 극장판이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감독은 재편집판이 작고한 원작자 마리오 푸조와 원래 구상한 내용에 가장 충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히려 극장판이 스산하고 어두운 가족사의 비극을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선명하게 드러냈다.

극장판은 레이크 타호에 위치한 콜레오네의 쇠락한 별장을 보여주면서 시작해 콜레오네가 주교로부터 성 세바스찬 훈장을 받은 장면, 호수에서 낚시를 하던 둘째 형이 살해당하는 장면 등을 보여줘 콜레오네의 권력욕과 가족사의 비극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은 대부 1, 2를 보지 않았거나 보았어도 오래전 기억이 희미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코폴라 감독은 재편집을 하면서 모두 드러내는 것보다 적당히 감추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콜레오네가 훈장을 받는 장면, 둘째형이 죽는 장면이 모두 빠지고 곧바로 주교가 콜레오네에게 자신의 빚을 해결하도록 금전적 지원을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런 방식이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지만 대부 1,2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코폴라 감독은 재편집판에서 가족 파티 장면을 길게 편집했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더 늘어져 보인다.

또 빈센트가 자자를 없애려고 고모 코니(탈리아 샤이어 Talia Shire)와 의논해 승낙을 받는 장면도 재편집판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극장판에 들어간 이 부분을 통해 콜레오네 못지않게 코니도 마피아 사업에 적극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코폴라 감독은 마이클 콜레오네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싶었는지 코니의 영향력이 드러나는 이 장면을 빼버렸다.

 

특히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콜레오네의 죽음이다.

정작 제목에서 그의 죽음을 강조해놓고 재편집판은 그 부분을 보여주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과 내레이션을 통해 쓸쓸한 대부의 옆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권력의 덧없음을 강조하기에는 직접적 묘사로 풀어간 극장판의 엔딩이 훨씬 극적이다.

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하면 이번 재편집판보다 원래 극장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대부 3편이 독립적인 작품이 아니라 대부 1, 2편과 이어지는 긴 역사의 종지부를 찍는 연결선상에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극장판 편집이 더 효과적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대부 3을 함께 담아 총 4장의 디스크로 구성됐으며 이번 작품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에 나눠 수록됐다.

 

화질 약간 개선

4K 타이틀은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4K로 스캔해 옮겨 담았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영상은 화질이 좋다.

 

디테일이 우수하고 윤곽선 또한 깔끔하다.

그리고 인물의 피부색 등을 보면 대부 3 극장판 블루레이보다 붉은 기운이 덜하다.

 

그런 점에서 색감이 더 자연스럽다.

돌비 트루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가수 조니 폰테인의 노래와 오페라 장면을 들어보면 노랫소리가 사방 채널을 휘감는다.

또 후방에서 천둥소리가 작렬하는 리어 채널을 적극 활용했다.

 

음향은 원래 극장판 블루레이와 동일하게 돌비 트루 HD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은 코폴라 감독의 인사말만 들어 있다.

 

부록도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재편집판은 마이클 콜레오네가 주교의 재정 지원을 부탁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훈장을 받고 나서 가족파티를 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진다. 정작 콜레오네가 바티칸의 훈장을 받는 장면은 재편집판에서 사라졌다.
코폴라 감독은 편집 외에 일부 장면과 음악 삽입 지점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코폴라가 콜레오네의 딸로 나왔다. 그러나 연기를 잘 하지 못해서 큰 비난을 받았다.
원래 1,2편에서 콜레오네 집안의 변호사를 연기한 로버트 듀발이 3편 출연을 거절하면서 이야기가 대폭 수정됐다.
극 중 콜레오네의 아들이 부르는 시칠리아 전통 노래 Brucia la Terra가 원래 주제가인 'Speak Softly Love'다.
일부 장면은 이탈리아의 시칠리와 팔레르모, 로마 등에서 촬영.
코폴라 감독은 재편집판이 전편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엔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극장판의 엔딩이 전작들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