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싶은 스타가 둘이 있다.
바로 이소룡과 제임스 딘이다.
워낙 대단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타들이었고, 죽어서 더욱 유명해졌으니 살아 있더라면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 지 궁금하다.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반항적 이미지를 굳혔던 둘 다 한창 나이인 20, 30대 죽었고 작품도 3,4편에 불과한 과작이었다.
이소룡은 액션씬만 찍은 '사망유희'를 제외하면 제대로 주연을 맡은 작품은 4편이었고, 제임스 딘은 3편 뿐이다.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년)은 바로 제임스 딘이라는 스타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존 스타인벡의 자전적 소설 '에덴의 동쪽' 중 후반부 일부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버지의 편애와 그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과 사랑 등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제임스 딘이다.
그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반항적인 청년이 된 칼 역을 똑 떨어지게 연기했다.
액터즈 스튜디오 출신 답게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이 작품에서 보여 준 연기로 곧잘 말론 브란도와 비교됐다.
혹평을 한 사람들은 아예 말론 브란도를 흉내냈다고 흠 잡았다.
하지만 특유의 반항끼 가득한 표정과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에너지는 말론 브란도와 또다른 그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제임스 딘의 연기는 칼 그 자체라도 해고 과언이 아닐 만큼 절절하다.
여기에는 원작 소설가인 존 스타인벡은 물론이고 감독 엘리아 카잔, 배우 제임스 딘이 모두 소설 속 칼과 비슷한 청년기를 보내면서 칼에 대한 남다른 공감과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딘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고모 밑에서 혼자 자라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벌어졌고, 존 스타인벡은 청소년기에 가난했던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겨 멀리했다.
엘리아 카잔 역시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리스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카잔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양탄자 판매를 같이 해주기를 원했다.
그만큼 이 작품 속에는 원작자, 감독, 배우가 겪었던 부자지간의 갈등이 녹아 있다.
카잔은 무엇보다 부자지간의 갈등에 주목해 극 중 아들과 아버지를 연기한 제임스 딘과 레이몬드 머시가 실제로 대립하는 것을 묵과했다.
덕분에 극 중 부자지간의 대립은 숨 막힐 듯한 긴장을 유발한다.
배우들의 불꽃튀는 연기 못지 않게 테드 맥코드의 촬영도 돋보인다.
그네를 따라 흔들리는 영상을 통해 제임스 딘의 번민을 표현한 장면이나 시종일관 비딱하게 기운 사선 앵글로 부자지간의 갈등과 긴장을 나타낸 장면 등은 배우들의 연기 못지 않게 훌륭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레오나드 로젠만의 주제곡도 빼놓을 수 없다.
연기, 촬영, 음악, 연출 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훌륭한 고전의 향기를 새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5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의 편차가 크다.
일부 실내 장면이나 클로즈업 등은 복원이 잘 돼 색감 등이 잘 살아 있으나, 초반부나 일부 야외 장면 등은 안개 낀 것처럼 뿌옇고 지글거림이 심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는 서라운드 효과거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리차드 쉭켈 해설, 딘의 추모 영상, 원작자 이야기, 스크린 및 의상테스트, 삭제 장면과 유명한 뉴욕 아스토극장 시사회 영상 등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음성해설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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