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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여자, 정혜

울프팩 2012. 12. 23. 17:38

이윤기 감독의 작품은 호흡이 긴 유럽 영화에 가깝다.
'멋진 하루'도 그렇지만 그의 장편 데뷔작인 '여자, 정혜'(2005년)는 더더욱 찬찬한 시선의 영상이 긴 호흡으로 펼쳐진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여자 정혜(김지수)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는 숏과 숏 사이를 긴 침묵이 메우고 있다.
주인공 정혜의 차분한 시선으로 풍경과 사물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영상은 그만큼 할리우드 스타일의 빠른 커트에 익숙해 있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 불쑥 카메라를 들이댄 것 처럼 무심한 영상이 시종일관 펼쳐진다.

그만큼 세심한 표정연기가 필요해 배우들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가 아닌 것 처럼 가장하는 연기가 가장 힘들다"는 배우 김태우의 말처럼 배우들이 내면에서 끌어올리는 심리 묘사가 중요하기 때문.

과장된 표정연기는 자제해야 했기 때문에 영화 첫 데뷔작인 김지수로서는 곤혹스러웠을 듯 싶다.
미세한 눈동자의 떨림까지도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헬드로 따라 붙었다.

배우의 숨소리가 들릴 것 처럼 바짝 따라 붙은 카메라는 배우와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주지만 계속 흔들리는 프레임을 바라보는 것 또한 편치 않다.
이 작품과 '멋진 하루'를 보면 이 감독은 홍상수 감독처럼 일상에 숨어 있는 디테일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이 감독이 좀 더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잘 잡아내는 듯.

화질이 좋은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왔더라면 영상이 좀 더 잘 살았을 법한 프레임이 더러 보인다.
그 점이 아쉽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가 거칠고 링잉이 보이며, 플리커링도 나타난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김지수의 음성해설, 제작과정과 콘티, 오디션 필름, 시사회풍경 등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이 작품은 이윤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김지수의 첫 영화 출연작이기도 하다.
원작은 우애령 작가의 단편 소설. 이를 감독이 직접 각색했다.
정혜는 우편취급소에서 근무하는 여성이다. 직장 장면은 마포구 신수동 우편취급소에서 촬영.
현재와 과거가 혼재하는 장면.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현실의 주인공은 포커스 아웃돼 있고, 그의 또렷한 기억 속 얘기를 주고 받는 엄마와 고모는 명료하게 보인다.
처음보는 술 취한 남자를 모텔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누는 정혜의 행동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원작 소설에 없는 이 부분은 감독이 만들었다. 이 감독은 "정혜의 상처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란다.
시종일관 핸드헬드로 진행한 촬영은 최진웅 촬영 감독이 맡았다.
남대문 시장 장면에서 포커스 아웃된 앞쪽의 두 남성은 깜짝 출연한 배우 이원종과 육상효 영화감독이다.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촬영한 장면.
여배우의 모공이 보일 만큼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고 찍었다.
고모부에게 성폭행 당하던 어린 시절의 정혜 역할은 '똥파리'의 김꽃비가 연기.
우체국에 자주 들리는 작가 역할은 황정민이 연기. 김지수는 이 작품으로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이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정혜
우애령 저
여자 정혜
황정민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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