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독 파라 칸(Farah Khan)이 만든 '옴 샨티 옴(Om Shanti Om, 2007)'은 발리우드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도 영화를 상징하는 발리우드 영화는 노래와 춤, 액션이 섞인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다.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영화 중간에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며 한 편의 쇼가 펼쳐진다.
이처럼 춤과 노래, 액션이 뒤섞여 다채롭게 펼쳐지다 보니 인도의 다채로운 향신료에 빗대서 맛살라 무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리우드 또는 맛살라 무비의 매력
재미있는 것은 이를 지켜보는 극장 관객 또한 영화와 하나가 돼 다 같이 일어나 노래 부르며 춤을 춘다.
'록키 호러 픽처 쇼'의 컬트 팬들을 보는 듯한 풍경이 예사로 펼쳐진다.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는 크게 이상하지만 않으면 문제 되지 않으며 신명 나게 즐길 수 있는 흥겨운 노래와 춤이 더 중요하다.
단, 권선징악 구조를 갖춰야 한다.
대부분의 발리우드 영화들은 착한 사람이 보상을 받고 악당이 반드시 벌을 받는 구조로 귀결되며 그래야만 관객들의 갈채가 쏟아진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액션이다.
홍콩 무술영화처럼 고난도 무술까지는 아니어도 한바탕 요란하게 치고받는 액션이 들어가서 관객을 흥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인도 배우들은 연기만 잘해서는 안되고 춤도 잘 추고 액션을 적당히 소화할 수 있도록 운동신경도 필요하다.
그러나 노래는 잘 못해도 상관없다.
인도 영화는 특이하게 배우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가 따로 있다.
그래서 어떤 가수가 영화 OST에 참여했는지도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오페라의 유령의 환생 버전
이 작품은 유명 스타인 여배우를 짝사랑한 무명 배우의 사랑이야기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전반부에서 주인공 옴(샤룩 칸 Shahrukh Khan)은 아름다운 스타 샨티(디피카 파두콘 Deepika Padukone)를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어 애를 태운다.
그러다 샨티가 애인인 못된 제작자에게 속에 불타는 집 속에서 타 죽게 된다.
옴 또한 샨티를 구하려고 뛰어들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주인공들이 죽었으니 영화가 끝나겠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두 주인공이 2000년대 들어 환생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며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환생한 상황에서는 거꾸로 옴이 스타이고 샨티는 무명의 신인 여배우다.
게다가 환생한 주인공들이 과거의 기억까지 되찾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부터 과거 샨티를 죽인 악당 제작자를 향한 두 주인공의 치밀한 복수가 시작된다.
내용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죽은 사람들이 귀신도 아니고 환생해 복수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흥겨운 춤과 노래가 무리한 설정을 모두 덮어 버린다.
심지어 주인공들이 비극적 최후를 맞는 끔찍한 화재와 이를 복수극에 이용하는 장면, 특히 거대한 샹들리에가 덮치는 장면은 '오페라의 유령'을 모방한 것 같다.
사실 주인공들의 단순한 복수극은 정극으로 만들면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데, 여기에 양념처럼 춤과 노래를 끼워 넣어 상영시간이 2시간 40분을 훌쩍 넘어간다.
그만큼 발리우드 영화에서는 요란한 볼거리가 중요하다.
파라 칸 감독은 춤과 노래 외에 발리우드 영화계의 유명 스타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볼거리 양념을 하나 더 얹었다.
샤룩 칸과 디피카 파두콘의 발견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과거부터 촬영 당시까지 발리우드 영화의 유명 스타들이 올스타쇼처럼 줄줄이 나와 춤을 추는 행사 장면이 등장한다.
저 장면을 굳이 저렇게 길게 찍어야 할까 싶은데 여기 등장하는 인도 스타들 덕분에 이 작품은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특히 제작자를 겸한 주연배우 샤룩 칸은 인도 영화계의 국민적 스타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이 작품은 화제가 됐다.
반면 디피카 파두콘은 이 작품으로 데뷔한 신인이지만 빼어난 미모로 단번에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스타가 됐다.
그는 이 작품 덕분에 할리우드에도 이름을 알리며 '트리플 엑스 리턴즈'에도 출연했다.
노래와 춤이 등장하는 장면은 역시 요란하다.
쉼 없이 바뀌는 배경 속에 다채로운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해 뮤직비디오처럼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각본을 직접 쓴 파라 칸 감독은 안무도 담당했다.
원래 칸 감독은 댄스 그룹 출신으로 무려 70편 이상의 발리우드 영화에서 안무가로 활동했다.
블루레이 부록에 실린 제작과정을 보면 칸 감독의 현장 장악력이 의외로 대단하다.
이렇게 대규모로 스타들이 등장하면 현장 정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무서운 카리스마로 촬영 현장을 휘어잡는다.
오죽하면 여주인공을 연기한 파두콘은 촬영 현장에서 울기도 했다.
그만큼 칸 감독의 강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대규모 군무 등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촬영 현장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간 모양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발리우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직까지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없다면 이 작품을 통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흥겨운 발리우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샤프니스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화려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요란한 음악이 사방 채널에서 쏟아진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시각효과, 삭제 장면, NG 장면, OST 발매 행사와 런던 시사회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콰이강의 다리(4K) (0) | 2022.06.18 |
---|---|
언터처블(4K) (6) | 2022.06.12 |
맨 프롬 엉클(블루레이) (0) | 2022.06.01 |
이다(블루레이) (0) | 2022.05.28 |
반 헬싱(블루레이) (2) | 2022.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