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맨 프롬 엉클(블루레이)

울프팩 2022. 6. 1. 13:42

어려서 흑백 TV로 봤던 TV 시리즈 중에 꽃미남 주인공들이 나오는 액션 활극 시리즈가 두 작품 있다.

하나는 '세인트'였고 다른 하나는 '0011 나폴레옹 솔로'였다.

 

핑크 팬더같은 신출귀몰한 도적이면서 탐정인 사이먼 템플러가 주인공인 '세인트'는 당시 매끈하게 아주 잘생긴 청년이 출연했다.

그 청년이 훗날 007로 이름을 날린 로저 무어(Roger Moore)다.

 

007처럼 첩보원이 주인공인 '0011' 시리즈의 주인공 또한 꽤 미남인 로버트 본(Robert Vaughn)이 연기했다.

'황야의 7인'에서 말쑥하게 차려입고 빼어난 총솜씨를 뽐내다가 잘 생긴 코를 벽에 문지르며 죽어가던 총잡이를 연기했고, '타워링'에서 상원의원 역을 맡아 주름이 늘었으나 여전히 잘 생긴 용모를 보여준 할리우드의 옛 스타다.

 

로버트 본은 여러 영화에 출연해 다양한 역을 했는데도 배역이 잘 어울린 0011 나폴레옹 솔로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다.

로저 무어와 로버트 본 모두 2017년과 2016년에 각각 고인이 됐다.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한 '맨 프롬 엉클(The Man from U.N.C.L.E., 2015년)'은 0011 나폴레옹 솔로 시리즈를 다시 만든 영화다.

내용은 냉전으로 으르렁대던 미국과 구 소련이 손을 잡고 만든 세계 스파이 연합본부(United Network Command fro Law and Enforcement), 앞글자를 따서 일명 엉클로 불리는 비밀조직에 속한 0011 나폴레옹 솔로(헨리 카빌 Henry Cavill)가 소련 측 요원 일리야(아미 해머 Armie Hammer)와 손잡고 핵무기로 세상을 파괴하려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얼핏 보기에 구성이 007과 흡사하다.

심지어 주인공 나폴레옹 솔로의 호출명도 0011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의 원안을 만든 인물이 소설 007 시리즈를 쓴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다.

그는 미국 NBC TV의 의뢰를 받고 007과 흡사한 배경의 이야기를 구상했으나 건강 악화로 그만두면서 다른 사람이 넘겨받아 나폴레옹 솔로와 KGB 출신 비밀요원 일리야의 콤비 체제로 바뀌었다.

 

'세인트'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잘 생긴 배우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용사인 나폴레옹 솔로는 뛰어난 심미안 덕분에 고가의 미술품을 전문으로 훔치는 도둑 출신이면서 빼어난 용모를 지닌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바람둥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을 연기한 헨리 카빌이 나폴레옹 솔로를 연기했다.

가이 리치 감독은 헨리 카빌을 앞세워 요란한 볼거리와 함께 특유의 속도감 있는 연출로 이야기를 몰아간다.

 

007 시리즈처럼 이국적 풍광 속에 먼지를 흩날리는 요란한 추격전과 총격전으로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여기에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1960, 70년대 복고풍 패션과 음악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007 시리즈나 '킹스맨' 시리즈를 뛰어넘는 참신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다양한 탈 것이 등장하는 추격전, 액션 스타일과 패션까지 전작들에 가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드는 것이 이 작품의 한계다.

 

감각적인 분할 화면 편집까지 식상해 보인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1960년대 로버트 본이 주연한 0011 TV 시리즈와 영화가 그리울 지경이다.

 

차라리 오리지널 시리즈는 원작의 아우라가 있었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따지면 로버트 본보다 헨리 카빌이 두드러지지만 오리지널리티의 아우라만큼은 뛰어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오락적 재미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경쟁 작품들이 한 발 앞서 있다 보니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 또한 이 작품의 불운이요, 가이 리치 감독의 불행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근래 만든 작품답게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선명하며 필터링된 색감도 잘 살아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각종 효과음이 채널별로 적절하게 안배됐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자동차 추격전, 모터사이클 소개, 감독과 배우 소개, 세트 촬영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도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0011 나폴레옹 솔로를 연기한 헨리 카빌.
0011 시리즈의 원안을 만든 이언 플레밍은 그가 쓴 소설 '007 골드핑거'에 나폴레옹 솔로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스페인 계단, 마루셀루스 극장 등 로마의 관광명소들이 등장.
로마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장면은 영국 웨스트 서섹스의 그린우드 자동차경주장에서 찍었다.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우아한 악당 빅토리아로 등장. 유명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켐이 일리야의 브리핑 장면에 영사기사로 깜짝 출연.
원래 이 작품은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 찍을 예정이었으나 조지 클루니의 건강 악화로 무산됐다.
영국 오데이셔스급 항공모함이 등장. 톰 크루즈도 나폴레옹 솔로 역을 제안받았으나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출연때문에 무산됐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촬영. 가이 리치 감독은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극 중 등장하는 수소폭탄 이름 우도 텔러는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통하는 에드워드 텔러 박사의 이름과 비슷하다.
원작 TV 시리즈는 1964~68년 미국 NBC에서 제작했고 1973년 국내에도 들어와 MBC를 통해 방송됐다. 원작 TV 시리즈에서는 '대탈주'에 출연한 데이비드 맥컬럼이 나폴레옹 솔로의 동료 일리야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미 해머가 연기.
4륜 구동차량인 록크롤러가 등장. 특수 타이어를 달아 물 위를 달린다.
로마의 그랜드 호텔 플라자에서 촬영한 장면. 리치 감독은 '내일을 향해 쏴라'의 콤비 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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