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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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4K)

울프팩 2022. 6. 12. 07:33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감독은 동일 인물 소재의 영화를 두 번 만들었다.
1983년 개봉한 '스카페이스'와 1987년작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이다.

모두 금주법 시대 갱단 두목 알 카포네(Al Capone)가 주인공이다.
알 카포네의 별명을 딴 '스카페이스'가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면 '언터처블'은 시대상을 잘 살려 실제 이야기에 비교적 충실한 작품이다.

전설의 알 카포네
알 카포네는 1920년 미국 금주법 시대에 시카고(Chicago)를 주름잡던 갱단 두목이다.
그는 미국 마피아인 코사 노스트라 중에서도 오랜 전통의 뉴욕 파이브 포인트 갱단 출신이다.

뉴욕 출신인 카포네가 시카고를 장악한 것은 같은 파이브 포인트 갱단 소속의 존 토리오 때문이다.
존은 시카고에서 매춘업소 200여 개를 운영하던 누나가 동네 갱단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청하자 시카고로 옮긴 뒤 동료들을 동원해 동네 갱들을 살해했다.

이후 존은 카포네를 시카고로 불러 일부 매춘조직을 맡겼다.
이듬해 미국 정부가 금주법을 발효하자 토리오는 매춘 조직을 재빨리 주류 밀매 조직으로 바꿨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토리오의 사우스사이드 갱단이다.
그러나 토리오는 경쟁자인 노스사이드 갱단의 총격을 받고 은퇴하면서 카포네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배짱이 두둑하고 욕심 많았던 카포네는 유명한 '성 밸런타인데이의 학살' 사건을 일으켜 벅스 모건이 이끌던 노스사이드 갱단의 주요 조직원 여러 명을 사살하고 시카고를 장악했다.
이후 카포네는 매춘, 주류 밀매, 도박 등으로 1920년대에 연간 1억 500만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

카포네는 정, 관계 및 경찰 법조계 등에 두루 뇌물을 뿌려 도시를 장악했다.
필요하다면 적 조차도 포섭했는데 자신의 얼굴에 칼질을 해서 '흉터 난 얼굴'(스카페이스)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준 프랭크 갈루초를 경호원으로 기용했다.

막강했던 카포네를 쓰러 트린 것은 미 재무국 소속의 수사관이 주축이 된 특별수사대였다.
1932년 이들에게 탈세혐의로 체포된 카포네는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그러나 매춘조직을 운영하며 걸린 매독 때문에 1939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플로리다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1947년 매독 합병증으로 48세 나이에 사망했다.
영화는 이 같은 실화를 토대로 난공불락 같았던 범죄 왕국을 4명의 수사관이 무너뜨리는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드 팔마의 연출력이 빛난 작품
무엇보다 스릴러의 일가견이 있는 드 팔마 감독답게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연출력이 일품이다.
특히 시카고역 계단에서 수사관 네스(케빈 코스트너 Kevin Costner)와 스톤(앤디 가르시아 Andy Garcia) 일행이 갱들과 슬로 모션으로 벌이는 총격전은 숨조차 크게 쉬기 힘들 만큼 긴장감 넘친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장면은 널리 회자될 만큼 압권이다.
아울러 위압적으로 변신한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의 알 카포네 연기도 훌륭했다.

여기에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담당한 음악과 들고 찍기 및 와이드 앵글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영화의 묘미를 살린 스티븐 버럼의 촬영도 훌륭했다.
특히 수사관 말론(숀 코네리 Sean Connery)의 집에 숨어든 살인자의 시선을 쫓아가는 장면을 비롯해 인물의 동선을 따라 컷 없이 한 번에 물 흐르듯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가 발군이다.

또 '핏이 좋다'고 표현하는 몸에 딱 맞게 떨어지는 배우들의 멋진 의상은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의 솜씨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아쉬웠던 디테일이 개선됐고 칼 같은 샤프니스와 색감이 훌륭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폭발음이 사방 스피커로 퍼지는 등 각종 효과음이 각 채널을 박력 있게 울린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음악, 장르의 재구성, 대본 등에 대한 설명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인트로부터 강렬한 부감 샷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텔 바닥의 태양 무늬는 태양왕 루이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알 카포네를 상징한다.
제작사는 출연료 때문에 로버트 드니로 섭외를 반대했으나 드 팔마 감독이 고집했다. 드니로는 카포네 역을 위해 살을 찌우고 대머리처럼 보이도록 앞머리를 밀었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 출연 중이어서 체중을 많이 못 늘려 특수 의상을 입어 뚱뚱하게 보이도록 했다.
수사관을 연기한 찰스 마틴 스미스(왼쪽부터), 케빈 코스트너, 숀 코네리, 앤디 가르시아. 이들은 뇌물도 통하지 않아 건드릴 수 없다는 뜻의 '언터처블'로 불렸다. 원래 수사요원들은 영화보다 많았다.
가수 임재범이 곧잘 흉내 내는 드니로 대사가 바로 이 장면에 나온다.
카포네는 조직원을 만찬장에서 야구방망이로 때려죽일 정도로 무자비하고 잔인했다. 이 장면은 줌 아웃하며 부감 샷이 확대돼 참석자들의 공포심을 전달한다.
멜 깁슨도 수사관 네스 역을 원했으나 다른 작품 촬영 일정 때문에 하지 못했다. 드 팔마 감독은 제작진이 추천한 케빈 코스트너를 반대했다. 케빈이 당시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었기 때문. 앙각 치고는 얼굴에 그늘이 없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밑에서 위로 쏘아 올리는 조명을 사용.
명사수 경찰로 나온 앤디 가르시아도 출연 당시 풋풋했다.
카포네가 머무는 호텔로 나온 곳은 현재 루스벨트 대학으로 바뀐 설리번 오디토리엄 호텔이다. 극 중 의상은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제공했다.
숀 코네리는 아르마니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준비한 의상을 입었다. 다리 위 급습 장면은 몬타나에서 촬영.
찰스 스미스는 엘리베이터 벽에 걸린 시체를 연기하기 위해 상자 위에 올라서서 촬영. 숀 코네리는 이 작품으로 1988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
제작진은 원작인 TV시리즈를 토대로 제작했으나 원작과 다르게 만들었다. 드 팔마 감독은 아예 원작을 보지 않았다.
스티븐 버럼 촬영 감독은 고색창연한 느낌을 위해 흑백 촬영을 원했다.
유모차가 계단 아래로 굴러 내려가는 동안 벌어지는 총격전을 슬로 모션으로 처리한 장면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 오뎃사 계단 장면을 참고로 했다.
재즈풍 느낌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솜씨다. 그는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받았다.
카포네의 패밀리, 네스의 가족, 가족처럼 뭉친 수사대 등 영화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계속 부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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