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원데이'는 독특한 연애소설이다.
1988년부터 20년간 매년 7월15일에 벌어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 스위딘 축일(Saint Swithin's Day)이라고 부르는 7월15일은 영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다.
사후에 수호 성인으로 축성된 윈체스터 대성당의 스위딘 주교를 기리는 이날 대성당 앞 그의 묘 위에 비가 내리면 40일간 비가 쏟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소설은 이날 두 남녀의 사랑과 운명이 엇갈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교 졸업식에 우연히 만난 동창생인 두 남녀는 하룻밤을 보낸 뒤 만남과 이별을 거듭한다.
어떨때는 애뜻함과 즐거움이 이어지고 어떨때는 무심함과 무관심으로 서로를 찾지 않는다.
그러면서 20년이 흐른 뒤 결국 그들이 찾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그동안 간절히 사랑했다는 사실이었다.
특정일을 기점으로 20년간 펼쳐지는 연애담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소설을 풀어낸 데이비드 니콜스는 영화 대본도 직접 썼다.
이를 토대로 덴마크의 여성감독 론 쉐르픽이 같은 제목(One Day, 2011년)의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 같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르다.
소설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당시 대중문화, 사회 분위기, 정치적 갈등 등을 함께 다뤘다.
즉 인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를 통해 1980년대 후반 이후 영국 사회의 변화상을 그린 소설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 이야기를 풀어가야하는 영화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오로지 달달하고 애틋한 러브 스토리에 집중했다.
그것이 나쁜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잡다한 내용을 다뤘다면 이야기가 산만해지며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이야기를 늘릴 수도 없는 일, 결국 감독과 작가는 러브 스토리에 힘을 싣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은 남녀 주인공을 맡은 짐 스터지스와 앤 해서웨이 등 두 배우다.
앤 해서웨이는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으로 운명에 집중하는 여인을 연기했고, 마치 제 2의 휴 그랜트를 보는 듯한 짐 스터지스는 화려함을 추구하며 세월을 보내는 적당한 바람둥이를 얄밉도록 잘 묘사했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연기는 이야기의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여기에 런던, 파리, 에든버러, 브르타뉴 등 50여곳의 장소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수려한 풍경이 영화적 감수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와이드 앵글을 잘 살린 아름다운 풍광은 베노잇 델홈 촬영감독의 솜씨다.
그는 '모스트 원티드 맨'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그린 파파야 향기' '씨클로' 등을 찍었다.
잘 풀리지 않고 엇나가는 남녀의 사랑이라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 같은 얘기를 그만큼의 무게로 잘 잡아낸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활용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액션이나 블록버스터가 아닌 만큼 요란한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부록으로 예고편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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