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드 마지디(Majid Majidi)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천국의 아이들'(Bacheha-Ye Aseman, 1997년)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란 영화다.
가난한 소년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Amir Farrokh Hashemian)는 심부름을 갔다가 수선을 맡긴 여동생 자라(바하레 세디키 Bahare Seddiqi)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알리는 너무나 어려운 집안 형편을 알기에 차마 부모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발을 동생과 나눠 신으며 힘들게 학교를 다닌다.
오전에 동생이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면 바삐 그 신발을 신고 오후에 학교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아이들 마라톤 대회 소식에 운동화가 3등 상품으로 나온다.
이를 알게 된 알리는 3등을 목표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너무 잘 달려도 안되고 너무 뒤처져도 안 되는 힘든 경주를 한다.
마지디 감독은 안쓰러우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란 영화여서 오래되기는 했지만 테헤란 풍경과 함께 이란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좁은 골목길이 많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디 감독은 롱 샷을 이용해 좁고 구부러지며 길게 이어지는 골목길을 잘 살렸고, 이란 특유의 군중 장면을 부감 샷으로 강조했다.
영화 곳곳에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생활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가족의 애틋한 정이 묻어난다.
압권은 막판 9분가량 이어지는 달리기 장면이다.
마지디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슬로 모션을 섞어 소년들의 달리는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보여준다.
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에 가슴을 조이며 보면서도 1등을 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
아마추어인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알리를 맡은 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은 이 작품에서 연기를 처음했는데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신발 한 켤레로 이만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화는 흔치 않다.
새삼 마지디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샤프니스가 높고 색상은 비교적 복원이 잘 됐지만 세로 줄무늬 등 필름 손상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정성일 평론가의 해설과 김영진 평론가의 소개 영상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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