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시체를 가득 실은 트럭에 올라탄 연쇄살인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체를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와 살기 위해 도망치는 연쇄살인마의 위험한 동행이라는 설정은 '트럭'(2007년)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범상치 않은 설정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반쪽이 보이는 표지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면 후회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성긴 설정이다.
누구나 그럴 법 하다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연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
이는 지나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작위적인 내용으로 채운 권형진 감독의 연출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느닷없는 룸살롱의 살인극이나 시체더미에 실린 여자가 죽지 않은 이유, 아이의 수술비 해결 방안 등은 설명이 전혀 되지 않았다.
일부 내용은 DVD 타이틀에 실린 삭제 장면이나 감독판을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 전개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시체 운반자와 사이코패스의 동행은 더 할 수 없이 긴장을 유발하는 상황인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나란히 앉아 수다떠는 로드무비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만큼 트럭 운전사와 연쇄살인마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맡은 유해진과 진구의 스타 파워도 약했다는 생각이다.
두 사람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캐릭터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설정 탓이다.

주변 인물들이라도 받쳐줘야 할텐데 이채영 지수원 등도 거의 단역에 가까운 역할에만 머물고 말았다.
관심이 가는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듯해 안타깝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 타이틀은 첫 번째 디스크에 극장판을, 두 번째 디스크에 감독판을 담았다.
하지만 극장판은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으로 수록한 반면 감독판은 2.35 대 1 레터박스 포맷으로 담았다.

이왕이면 감독판도 애너모픽 포맷으로 담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감독판은 극장판보다 6분이 늘었는데, 늘어난 내용은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삭제장면에 들어 있다.

화질은 그저 그렇다.
디테일도 떨어지고 입자가 거칠며 색감이 탁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과 유해진 진구의 음성해설, 프리 프로덕션, 감독과 배우 인터뷰, 삭제장면 등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유해진과 진구가 트럭운전사와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아 달리는 트럭에 함께 몸을 실었다.

초반 등장하는 곳은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 인근에서 촬영.

초반 배추밭 장면은 강원도 정선에서 촬영. '엽기적인 그녀'를 찍은 곳이다.

권 감독은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된 100여편의 시나리오 가운데 이 작품의 이야기가 눈에 띄어 영화화를 결심했다.

죄수 호송 차량이 뒤집힌 장면은 제부도에서 찍었다.

권 감독은 "블랙코미디같은 스릴러"를 만들려고 했단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실패한 듯.

권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동화 '피노키오'를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현실에 있을 법 하지 않은 이야기와 상황이 계속 꼬여가는 설정 등이 닮았다고 본 것이다.

유해진은 이 작품 촬영을 위해 촬영 들어가기 전에 트럭 운전 면허를 따로 땄다.

여의사의 집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한 펜션을 활용. 연쇄살인범이 여의사를 찾아가는 과정도 석연찮다.

트럭 장면은 운전석만 분리해 촬영 차량에 얹어놓고 달리면서 촬영했다.

막판 살인범과 운전사의 싸움 장면도 평화의 댐 인근에서 찍었다.

스릴러 치고는 너무 설명이 부족했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데 실패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트럭 (1D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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