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이 극본을 쓰고 감독, 주연한 영화 '록키4'(Rocky 4, 1985년)는 권투에 반공과 냉전 논리를 끌어들인 황당한 작품이다.
2미터 가까운 무적의 구 소련 선수와 혈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내재된 논리는 황당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이는 스탤론 한 사람만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그랬다.
이 영화가 미국서 개봉한 1985년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신 냉전논리가 최고에 이른 때였다.
1984년 미국 LA에서 열린 제 23회 올림픽은 미국이 보이콧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한 보복으로 구 소련과 동구권,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더기로 불참하며 반쪽짜리 대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건 행정부는 소위 '스타워즈'로 통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밀어붙이며 소련과 우주에서 군사대결을 벌이게 된다.
여기에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각 지역 분쟁에 개입해 군사력으로 평화를 유지하려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추진한다.
그만큼 80년대 중반 미국은 강한 국가와 냉전 논리를 부추기는 애국주의가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람보2'나 '록키4' 같은 냉전 논리로 무장한 영화가 쏟아져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보니 영화 속 소련 선수는 무조건 깨부셔야 할 냉혈한으로 묘사됐고, 성조기를 휘감은 채 환호하는 록키의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닌 미국의 승리였다.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편승한 덕에 미국서는 대박이 났다.
하지만 2년 늦은 1987년 7월 개봉한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또한 냉전 논리 때문이었다.
국내 수입배급사는 미국 개봉 이듬해인 1986년 이 작품의 수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극중 적성 국가인 소련 국가가 울려 퍼진다는 이유로 수입이 금지됐다.
당시 영화계는 강력 반발했으나 서슬퍼런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인지라 통하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소련 국가 장면을 삭제한 채 1987년 수입 심의를 재차 추진했고 그제사 겨우 통과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불법 복제 비디오테이프가 돌던 시절인지라, 이미 개봉 전에 '록키4'는 비디오대여점을 통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봤고, 결국 흥행 실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비운의 작품이지만 냉전 논리를 걷어내고보면 시리즈 사상 최고의 강적인 드라고(돌프 룬드그렌)와의 대결이 꽤 흥미로운 영화다.
지금은 영화 속 냉전논리가 오히려 코미디처럼 보이니, 격세지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국내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한글 자막이 들어간 홍콩판이 출시됐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는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가 거칠고 전체적으로 뿌연 편.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지는 않고 리어에서 적절한 배음이 나온다.
부록은 전무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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