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남자 속옷 48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

어윈 윙클러 감독의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Life As A House', 2001년)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아들과 부자관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이하게도 그 과정을 새로 집을 짓는 것으료 묘사했다. 오래되고 낡은 집을 부수고 아들과 함께 집을 짓는 모습은 그동안 쌓이고 묵혔던 서로의 오해와 편견, 잘못된 과거를 허물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이혼한 전처, 이웃집 사람들, 아들의 여자친구 등이 가세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이지만 나름 미국식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인간관계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윤택해졌다. 예를 들어,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소녀가 남자친구의 아버지와 키스를 나누는 거침없는 행보나 딸의..

폴터가이스트 (블루레이)

폴터가이스트는 시끄러운 귀신이란 뜻의 독일어다. 한마디로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요란한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움직이는 유령을 의미한다. 프로이드와 융을 갈라 놓은 폴터가이스트 폴터가이스트는 심리학의 두 거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칼 융이 갈라서는데도 한 몫했다. 프로이드의 제자였던 융은 어려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여러 번 목격했다. 부엌에 있던 커다란 식탁이 두 동강 나고, 칼이 여러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융은 어려서 봤던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되는 자발적 염력(RSPK) 현상이라고 봤다. 즉,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뻗어나온 에네르기파가 일으킨 현상이라는 뜻이다. 융은 부엌에서 되풀이된 이상한 현상들로 미루어 어머니와 여동생이 RSPK와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융과 밀접한 사이였던..

고티카 (블루레이)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고티카'(Gothika, 2003년)는 공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그만큼 추리소설처럼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무섭지 않은 점이 한계다. 내용은 유령이 씌운 여의사가 벌인 살인 사건에 얽힌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주연은 할리 베리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았다. 배우도 배우이지만 관심을 끄는 사람은 바로 배우 겸 감독인 마티유 카소비츠다. 흑백의 강렬한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준 '증오' 이후 나름 작품 속에 문제의식을 담아 주목을 받은 인물이어서 과연 그가 만든 공포물은 어떨 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공포물 도전은 그닥 성공적이지 못하다. 공포물인데도 불구하고 극한의 두려움으로 밀어붙이는 공포나 충격이 없다. 피칠갑을 한 시체나 ..

아나스타샤 (블루레이)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로마노프 일가의 죽음은 20세기 비극 중 하나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는 1917년 볼세비키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나 부인인 황후 알렉산드라와 알렉세이, 올가, 마리아, 타티아나, 아나스타샤 등 5명의 자녀와 함께 시베리아의 예카테린부르그에 갇혀 있다가 1918년 처형됐다. 혁명군은 황제 일가를 총살한 뒤 시체를 불에 태웠다. 이후 1991년 예카테린부르그에서 유해가 발굴될 때까지 어디에서도 황제 일가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죽음 자체를 둘러싼 숱한 소문들이 무성했다. 아나스타샤 미스테리, 황녀는 살아 남았나 그 중의 압권이 바로 아나스타샤의 생존을 둘러싼 미스테리다. 1920년 2월, 베를린 란트베어 운하에서 10대 소녀가 자살을 시도하다 구조된다. 그의 이름은 안나 ..

씬 레드 라인 (블루레이)

호주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섬이 6개 있는데, 과달카날도 그 중 하나다. 과달카날은 길이 140km, 폭 48km 정도의 섬으로, 제주도의 3.5배 크기다. 스페인의 페루 총독이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조카인 알바르도 데 멘다나를 보내 발견한 섬인데, 멘다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향 지명을 따서 섬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제 2 차 세계대전때 태평양 전투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태평양 전역에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호주는 물론이고 솔로몬 해역과 멀리 필리핀 제공권까지 넘볼 수 있게 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를 알아본 일본군은 1942년 7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