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남자 속옷 48

월드워Z (블루레이)

인간이 갖고 있는 무한성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을 함께 내포한 것이 좀비물이다. 죽어도 죽지 않고 되살아난 시체인 좀비는 사람들이 고대부터 꿈꾼 영생에 대한 동경과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주는 공포가 함께 내재돼 있다. 그래서 좀비물은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인간과 좀비간에 끝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되풀이되며, 소수의 생존자에게 무리지어 덤비는 좀비를 통해 수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크 포스터 감독의 '월드워Z'(World War Z, 2013년)도 마찬가지. 어느날 영문을 알 수 없는 병에 감염된 인간들이 좀비로 변해 사람들을 물어 뜯으면서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공황에 빠져든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이 대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내용..

스콜피온스 - 언플러그드 라이브(블루레이)

독일의 대표적 메탈밴드 스콜피온스의 '스콜피온스 -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Scorpions : Mtv Unplugged in Athens, 2013년)는 독특한 공연을 담았다. 메탈 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자악기를 배제하고 어쿠스틱 악기에만 의존한 언플러그드 공연을 펼쳤다. 그만큼 쇳소리 강한 보컬과 강력한 파워를 무기로 삼는 메탈밴드로서는 장점이 십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유서깊은 그리스의 아테네 유적지에서 펼쳐진 이들의 공연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어쿠스틱 현으로 바뀌다보니 기타 소리는 부드러워졌지만 이를 뚫고 울리는 클라우스 마이네의 강철같은 비음은 스튜디오 녹음 못지 않게 강렬했다. 여기에 아하의 리드 보컬 모튼 하켓, 독일 메탈밴드 리볼버헬드의 보컬 요하네스..

감시자들 (블루레이)

조의석, 김병서 감독이 공동연출한 '감시자들'(2013년)은 철저한 허구를 바탕으로 한다. 홍콩의 유내해 감독이 만든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무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겼다. 촘촘히 깔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서울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며 기억력이 좋은 경찰들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범죄 용의자들을 하루 종일 미행하는 경찰 특수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치 우주관제센터 같은 감시반 풍경이 보기에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모두 가짜다. 경찰에는 실제 이런 조직이 없다. 더러 경찰청 본청 산하의 범죄정보과를 유사조직으로 언급하지만 역할과 기능이 영화와 전혀 다르다. 조현오 전 청장이 2011년 신설한 범죄정보과는 굵직한 정치, 경제계 정보를 내사해 범죄 사실이 발견되면 관련 수사팀에..

스파르타쿠스 : 갓 오브 아레나(블루레이)

릭 제이콥슨이 감독한 미국 스타즈스튜디오의 TV시리즈 '스파르타쿠스 : 갓 오브 아레나'(Spartacus: Gods Of The Arena, 2011년)는 전편인 시즌1 '피와 모래'의 프리퀄이다. 원래 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시즌 1에서 주인공을 맡은 앤디 위필드가 악성 종양인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뜻하지 않게 기획됐다. 그 바람에 주인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파르타쿠스가 없어도 되는 과거로 돌아간 것. 그래도 전편에서 보여준 피와 야만의 축제는 변함없다. 아니, 오히려 강도가 더 세어졌다. 2편은 스파르타쿠스를 데리고 있던 검투사 양성소 주인이 득세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검투사 시합을 벌이고, 영예와 돈벌이를 위해 잔혹하고 ..

범죄의 요소

영화 '범죄의 요소'(The Element Of Crime, 1984년)는 실제 성행위를 촬영한 영화 '님포매니악'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덴마크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데뷔작이다. 신인의 작품이지만 놀라운 영상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1984년 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으며 범상치 않은 작가의 등장을 예고했다. 내용은 복권 파는 소녀만 골라서 죽이는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형사는 오래된 스승이 쓴 '범죄의 요소'라는 논문에 따라 범인을 추적한다. 논문의 요지는 범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 결국 범인의 입장이 돼서 그의 심리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풀어간다. 하지만 영화는 줄거리보다 난해한 파편같은 영상이 시선을 끈다. 루이 브뉘엘의 영화처럼 상징과 은유적 소품 및 장치로 가득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