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큐멘터리 39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블루레이)

"이런게 사람 사는 거지". 1998년 촬영 당시 71세의 이브라힘 페레는 뉴욕의 밤거리를 걸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브라힘은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쿠바의 가수였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는 1997년 전세계를 강타한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덕에 되살아나 그래미상까지 받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 이브라힘은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멈춰서 야경을 찍었다.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밤이면 암흑천지인 하바나에서 온 그에게 생전 처음 본 뉴욕은 별천지였다. "아내와 왔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주름 가득한 이브라힘의 얼굴에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게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아냐. 그럴리 없어. 저렇게 작지 않아." 1950년대 뉴욕에 들려 자유의 여신상을 봤던 루벤 곤..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이 만든 '하얀 정글'(2011년)은 현직 의사가 상업화된 의료계와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고발 다큐멘터리다. 우선 산업의학과 의사인 그가 파헤치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대형병원들이 매일 의사들에게 내왕 환자수와 병상 가동률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필요 여부를 떠나 각종 검사와 고가 의료 장비 이용을 장려한다. 그렇다 보니 돈벌이에 내몰린 일부 대형병원 의사는 환자의 평균 진료시간이 31초에 불과하다. 송 감독은 이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의료계를 흰 가운을 입은 맹수들의 전쟁터인 하얀 정글로 묘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 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의료 민영화를 거론한다. 송 감독은 의료 민영화를 '살인'으로 본다. 대형병원들은 영리를 위해 돈 버는 진료..

베어스 (블루레이)

디즈니네이처가 내놓은 '베어스'(Bears, 2014년)는 착한 영화다. 디즈니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설립한 디즈니네이처는 만드는 영화마다 개봉 첫 째주 수익을 모두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복원과 보존을 위해 기부한다. 그야말로 착한 기업이 만드는 착한 영화다. 이 작품은 알래스카의 카트마이 국립공원에서 태어난 갈색곰의 탄생부터 1년을 나기까지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엄마곰 스카이를 중심으로 두 마리 새끼가 동면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생생히 담겼다. 특히 같은 곰의 무리들에게 위협받고,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 바다를 헤메는 모습은 쉽게 보기 힘든 장면들을 보여준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큰 변화가 없어 밋밋할 수도 있지만 접근하기 힘든 카트마이 국립공원의 풍경 만으로도 ..

휴먼 플래닛 (블루레이)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가 만든 '휴먼 플래닛'(Human Planet, 2011년)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영국 BBC가 디스커버리채널, 프랑스 텔레비전과 공동으로 4년 동안 총 160억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전세계 80여곳을 누비며 사람들의 제목 그대로 인류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 점이 기존에 흔한 자연 다큐와 차별되는 점은 주변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의 험난한 삶을 담은 점이다. 땅 위를 걷듯 물 속을 걸으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사람부터 유독 가스를 안개처럼 헤치며 화산 분화로 내려가 황을 캐는 사람들, 높다란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 등 보기만 해도 신기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특히 모코로 페스의 가죽 무두질 공장과 아프리카의 쓰레기 더미를 헤짚는 사람들, 뉴욕 런던 등 도..

위대한 여정 (블루레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영상이 주는 놀라움도 크지만,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제작진의 노고가 더 경이롭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위대한 여정'(Great Migration, 2010년)도 마찬가지. 제작진은 3년 동안 1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세계 야생 동물들의 이동과정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왜 수 많은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실제로 많은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물을 찾아, 또는 더 나은 번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이 보기 드문 영상과 함께 수록됐다. 이런 모습들을 담기 위해 제작진은 바다 속 상어 가까이 접근하거나 사막의 모래 폭풍에 갇히는 등 목숨을 걸고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자연이 주는 생생한 드라마를 담아낼 수 있었다. 그만큼 공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