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큐멘터리 39

스시 장인 : 지로의 꿈 (블루레이)

일본 도쿄 긴자 지하철역 근처에 유명한 초밥집 스키야바시 지로. 좌석은 불과 10개여서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고 코스 가격은 1인당 3만엔, 즉 현재 환율로 34만원으로 꽤나 비싸다. 도대체 무엇이 스키야바시 지로를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데비잇 겔브 감독의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 지로의 꿈(Jiro Dreams Of Sushi, 2011년)은 이를 파헤쳤다. 비결은 다름 아닌 이 곳의 주인이자 요리사인 오노 지로. 촬영 당시 85세의 이 노인은 25세때부터 초밥을 만들어 60년 동안 한 우물만 판 장인으로, 그야말로 '미스터 초밥왕'이다. 기네스북에 최고령 요리사로 기록된 그는 압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으로 독특하게 밥을 지어, 엄선한 식재료로 초밥을 만든다. 그는 손님이 오면 세세하게..

엘 불리 (블루레이)

게레온 베첼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엘 불리 : 요리는 진행중'(El Bulli: Cooking In Progress, 2011년)은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엘 불리가 어떤 곳이며, 페란 아드리아가 어떤 사람인 지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특별한 내레이션이나 자막도 없이 엘 불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대기순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란 아드리아와 50명의 요리사들이 쏟아내는 땀과 열정이 대단해,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일종의 실험같은 엘 불리의 요리 연구 과정과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희한한 요리를 현장의 소리로 담아냈다. 엘 불리를 다룬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 등을 참고하고 보면 볼 만한 작품. 엘 불리는 영국 음식전문지 '레스토랑'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아틀란티스 (블루레이)

대사도 없고 자막도 없다. 심지어 배우조차 없다. 온통 푸른색 일색인 배경 위로 음악이 흐르거나 조용한 정적만 감돌 뿐이다. 바다에 미친 사나이 뤽 베송 감독의 해양 다큐멘터리 '아틀란티스'(Atlantis, 1991년)는 그런 작품이다. 뤽 베송 감독은 다이버이자 촬영 기사인 크리스티앙 페드론과 함께 바하마제도부터 갈라파고스섬, 밴쿠버 앞바다와 태평양 한복판과 극지방까지 2년여 동안 전세계 바다 속을 훑으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 보통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해설과 더불어 내용을 설명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다. 그저 바다속 해양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그 위로 에릭 세라의 음악만이 흐를 뿐이다. 그런데 그 음악이 어찌나 영상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지, 때로는 음악에 맞춰 물고기떼가 군무를..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2011년)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 바람에 MBC는 이 작품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남부지법에서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이후 방송통신심위위원회는 이 작품에서 문제로 꼬집은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와 SBS의 '생방송 투데이'에 대해 객관성을 위배했다며 각각 경고조치를 내렸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런가. 이 작품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맛집 소개가 철저한 대본 아래 이뤄진다. 방송 전파를 타고 싶은 음식점이 홍보대행사나 방송브로커에게 1,000만~1,500만원을 주고 방송프로그램을 잡으면,..

침팬지 (블루레이)

유명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와 '지구'로 유명한 알레스테어 포더길과 마크 란필드 감독이 공동으로 만든 세 번째 작품인 '침팬지'(Chimpanzee, 2012년)는 제목 그대로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들이 전 지구적인 거대한 시각에서 자연을 바라봤다면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의 카메라는 아주 마이크로한 세계에 집착한다. 빗물에 포자를 날리는 버섯부터 침팬지 일가의 작은 몸짓까지 그들의 시선은 세밀하고 정교해졌다. 여기에 드라마도 섞였다. 각본을 쓰고 인위적으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오랜 시간 카메라를 정글에 버텨 놓은 노력의 부산물로 얻은 드라마다. 실제로 제작진은 어린 침팬지 새끼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