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디즈니 49

환타지아 2000 SE (블루레이)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스페인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피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겨 갔다. 그곳에서 그는 월트 디즈니를 만났다. 거장은 거장을 알아보는 법, 두 사람은 스타일이 너무 달랐지만 친구가 됐다. 그리고 디즈니는 작품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1940년에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환타지아'를 만든 디즈니는 그 후속작을 달리와 하고 싶었다. 달리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고, 멕시코의 포크송 '데스티노'를 메인 테마로 골랐다. 가족들을 위해 곱고 예쁜 그림만 그린 디즈니와 프로이드의 영향으로 악몽을 캔버스에 옮겨 기괴한 그림을 그린 달리는 그렇게 1946년에 '데스티노'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전후 재정 압박을..

덤보 SE 70주년 기념판 (블루레이)

월트디즈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덤보'(Dumbo, 1941년)는 무려 70년 전에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아기코끼리 덤보는 유난히 큰 귀를 갖고 태어나 놀림을 받지만 이를 극복하고 귀를 날개처럼 이용해 하늘을 날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덤보의 성공은 곧 단점도 노력 여하에 따라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준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애니메이션이겠지만, 어른들이 보기에 그다지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은 진부할 지 몰라도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의 독특한 작품관이 녹아 있어서 주목할 만 하다.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디즈니는 유럽의 표현주의 영화와, 교분이 있던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작품 곳곳에 이를 흉내낸 영상들이 ..

피노키오 (블루레이)

피노키오 하면 동화책보다 1970년대 중반 MBC TV에서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모험'이 우선 떠오른다. 비록 투박하고 단순한 캐릭터였지만 그 시절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는 정감가는 친구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캐릭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닌 월트 디즈니가 만든 '피노키오'(Pinocchio, 1940년)다. 디즈니의 두 번째 컬러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은 무려 70년전에 만들었지만 동글동글한 선과 춤을 추듯 너풀너풀 움직이는 걸음걸이가 귀여워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디즈니는 칼로 콜로디의 원작 동화를 계몽적으로 내용을 약간 고친 뒤 예술적인 그림과 아름다운 음악, 뛰어난 촬영 기법을 결합해 뛰어난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주제가인 'When you wish upon a..

업 (블루레이)

대부분의 만화가 그렇듯 디즈니, 정확히 말하면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황당하다. 풍선을 잔뜩 매달아 집을 띄운 뒤, 소위 날아다니는 집을 타고 남미까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는 누가 생각해도 맹랑하다. 그렇지만 그 황당함 속에 가슴을 녹이는 따뜻함이 들어 있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이란 액면 보다는 그 속에 들어있는 정서가 중요하기에,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따뜻함의 본질을 봐야 한다. 이 영화는 노년까지 간직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지, 지금 그 꿈은 어디에 있는 지, 어떻게 됐는 지 되묻는다. 집이 하늘을 날고, 개가 말을 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가슴 속에 간직하는 저마다의 꿈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품었던 꿈은 ..

픽사 스튜디오가 내놓은 10번째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닮았다. 단순히 주인공이 78세의 노인이라서가 아니다. 오랜 세월 간직한 꿈을 버리지 않고 노년에도 주저없이 꿈을 찾아 집을 나선 점이 닮았다. 대신 목적을 이루고 난 뒤의 결말은 서로 다르다. 가족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론이다.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그동안 누려온 것을 툴툴 털고 미련없이 떠나야 하기 때문. 대신 '업'의 주인공은 소중한 추억들을 한아름 챙겼다. 그마저도 자신의 절대 가치를 위해서는 미련없이 던지는 용기를 보여준다. '던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을 수록 하기 힘든 행동이다. 소유의 무게만큼 미련도 늘기 때문이다. 그와 비례해 꿈은 바래져 간다. 그것이 ..

영화 200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