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티븐 스필버그 37

퍼시픽 (블루레이)

23일 오후 2시반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다. 30분간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연평도의 모습은 전쟁터 같았다. 하루 종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한국이 종전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땅에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쟁. 다행히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6.25를 치른 부모님들의 말씀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은 끔찍했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전쟁물들 또한 몸서리쳐지는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미국 HBO의 10부작 TV시리즈 '퍼시픽'(The Pacific, 2010년)도 그런 작품이다.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자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역작이다. '밴드 ..

1941

'1941'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만든 슬랩스틱 코미디다. 진주만 기습 이후 LA 앞바다까지 침투한 일본군 잠수함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유머에 약한 듯 싶다. 얼개가 잘 짜인 구성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억지 상황으로 웃음을 강요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본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썼다. 말도 안되는 상황극의 대표인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만든 인물이다. LA 도심 한복판에 날아든 아군기를 적기로 오인해 대공 사격과 공중 추격전이 벌어지고 급기야 아군기를 격추하며 난리법석을 떤다. 정신없는 소동을 보면 제정신 박힌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 어찌보면 스필버그 감독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통해 전쟁의 광기를 희..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년)는 미래를 빌어 현재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다. 미래를 내다보는 3명의 예지자가 살인사건을 예고하면 경찰이 출동해 사전 예방하고 미래의 범인을 체포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3명의 예지자 가운데 더러 다른 미래를 보는 경우가 있고, 2명의 의견과 다른 소수 의견, 즉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묵살되면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이를 가만 뜯어보면 원작자인 필립 K 딕은 다수의 의견을 좇는 가운데 올바른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를 냉철하게 꼬집었다. 여기에는 사회비판적이었던 필립 K 딕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묵직한 내용을 스필버그 감독은 느와르 분위기를 가미해 제대로 살렸다. 특히나 블리치 바이 패스..

백 투 더 퓨처3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백 투 더 퓨처3'(Back to the Future 3, 1990년)는 갈 수록 급격하게 망가지는 시리즈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번개를 맞아 과거로 전송된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를 찾아 주인공 마티(마이클 제이 폭스)가 1855년의 미국으로 가서 모험을 벌이는 서부극이다. 당연히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등 스파게티 웨스턴을 적당히 흉내낸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부실한 내용은 이 작품을 3편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황당하고 지루한 이야기로 만들어 버렸다. 더 이상 시리즈를 이어가지 않은게 다행이다. 더우기 DVD 타이틀은 줄 베른느를 줄스 번으로 표기하는 등 한글 번역 마저 부실하다. DVD 타이틀은 3편의 이..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사진은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1945년 2월에 촬영된 한 장의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AP통신의 존 로젠탈 기자가 이오지마에서 촬영한 6명의 해병이 성조기를 들어 올리는 사진은 몇 년의 전쟁으로 지친 미국인들에게 승리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특히 군비 부족으로 허덕이던 미국 정부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가 돼서, 사람들이 전쟁 채권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적절한 도구가 됐다. 그러나 정작 사진의 주인공들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인들에게 영웅이었던 그들은 고통의 세월 속에 힘든 삶을 보냈고 일부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 2006년)은 역사가 된 유명 사진 속 주인공인 여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