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니메이션 174

사무라이 참프루 (Box 1)

독특한 저패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는 '카우보이 비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2004년에 TV시리즈로 만든 작품이다. 해바라기 향이 나는 사무라이를 찾는 소녀와 2명의 방랑 검객이 동행하며 벌이는 모험담을 매회 색다른 에피소드로 그린 이 작품은 시대극에 힙합 음악이 어우러진 퓨전 스타일이다.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전작인 '카우보이 비밥'처럼 매회 독특한 이야기와 개성 강한 조역과 악역들을 등장시켜 흥미진진하게 시리즈를 끌어간다. 적당한 허무와 냉소적인 유머는 전작과 변함이 없고 선혈이 낭자한 하드고어와 은근하게 가미된 에로티시즘이 전작과 다른 점이다. 간결한 선과 깔끔한 색채로 표현한 캐릭터는 영화 '킬빌'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나카자와 카즈토의 솜씨다. 현재 케이블TV..

빨간 모자의 진실

코리와 토드 에드워드 형제가 만든 '빨간 모자의 진실'(Hoodwinked, 2005년)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기존 동화를 비틀어 추리소설 식으로 재배치하였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기존 영화에서 적절하게 패러디해 집어넣었다. 언뜻보면 잡탕밥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아귀가 맞아들어가기 때문에 기발하게 보인다. 특히 동일한 장소에서 발견된 4명의 캐릭터가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식으로 주장해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식 진행이 돋보인다. 다만 막판 마무리가 좀 엉성하고 이야기에 비해 그래픽이 떨어지는게 흠이다. 마치 예전 컴퓨터게임을 보는 듯한 그림은 '슈렉' '파이널판타지' 등 우수한 그래픽 작품으로 한껏 높아진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 외에 노래를 간간히..

북두의 권 (무삭제판)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말, 동생이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가져왔다. 소위 'B'자로 불리던 불법복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말 자막이 없어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들으면서도 충격적인 내용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시다 토요오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북두의 권-세기말구세주전설'(1986년)이었다. 브론슨이 글을 쓰고 하라 테츠오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은 아주 잔혹하다. 주인공 켄시로가 구사하는 무술은 인체의 내장을 파괴하는 북두신권이어서 두들겨맞은 악당들은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폭발하거나 관절마다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죽어간다.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저렇게 잔혹한 묘사를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 끝까지 보게 된다. 수십 권이 넘는 원작 만화에 비해 극장..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천국의 문(슈퍼비트)

'카우보이 비밥'은 참 묘한 작품이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며 적당히 폭력적이고, 적당히 나른하다. 마치 명랑만화와 액션만화, 여기에 록비트 음악이 섞인 꼴이다. 어찌보면 느와르같고, 어찌보면 '블레이드 런너'처럼 세기말의 허무함을 담은 SF같은 이 작품은 사실 이 모든 장르의 매력만 따서 모은 퓨전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TV시리즈를 봤을 때에는 '루팡 3세'를 연상케 하는 쿨한 그림에 빠졌고, 두 번째 DVD로 다시 봤을 때에는 칸노 요코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다양한 음악에 반했고, 세 번째 봤을 때는 내용에 빨려들었다. 그만큼 여러 번 되풀이해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만든 극장판 장편인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또한 기대가 컸다. 여전히 훌륭한 그림과 ..

스팀보이

'스팀보이'(Steamboy, 2003년)는 '아키라'로 세상을 놀라게했던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9년에 걸쳐 완성한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증기기관이 쓰이던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증기를 이용한 신무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그렇지만 9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작품치고는 기대에 못미쳤다. 작화는 더 할 수 없이 뛰어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 내용은 참신함과 강렬한 메시지 전달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키라'에 못미쳤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림이 워낙 훌륭해서 부족한 내용을 메우고도 남는다. 그림은 컴퓨터 그래픽도 사용했지만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손그림 느낌이 물씬 풍겨서 정감이 있다. DVD 또한 화질과 구성 등이 실망스럽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