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니메이션 174

몬스터주식회사

픽사 스튜디오가 '토이스토리'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 2001년)는 픽사의 경이로운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털북숭이 괴물 셜리의 미세한 털 움직임을 보면 절로 감탄하게 된다. 픽사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셜리의 털들이 바람이나 움직임, 충격 등에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 짐승의 털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움직임이 신기하고 색깔은 화사하지만 줄거리가 그저 그렇다. 즉,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떨어지는 편. 여기에 언제나 사회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웃기만 하라는 디즈니 특유의 메시지는 변함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개봉 당시 꽤 흥행했는데, ..

샤크

'슈렉'을 만든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와 빅키 젠슨(Vicky Jenson) 감독은 '샤크'(Shark Tale, 2004년)를 통해 바닷속 용궁을 풍자의 세계로 바꿔 놓았다. 형형색색 산호가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코랄콜라' '겁' '피시킹' 등 유명 상표를 빗댄 간판과 생선회집 등이 들어찬 바닷속 거리는 영락없는 뉴욕 타임스퀘어와 라스베이거스, 도쿄의 긴자거리를 빼닮았다. 거리뿐 아니라 캐릭터까지 실존 인물들을 흉내 냈다. 떠벌이 물고기 오스카는 윌 스미스(Will Smith), 바닷속 마피아인 상어 대부 돈 리노는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돈벌이에만 급급한 얌체 복어 사익스는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을 닮았다. 화려한 지..

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의 신작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년)은 특이하게 은퇴라는 영웅의 정신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온갖 이름의 슈퍼 영웅들을 주체할 수 없던 사람들은 급기야 '슈퍼 히어로 격리프로그램'을 마련해 급기야 영웅들을 모두 은퇴시켜 버린다. '미스터 인크레더블'로 불리던 밥 파(크레이그 넬슨 Craig T. Nelson)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그는 세상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힌 채 살아간다. 매일 보험회사에 출근해 업무 스트레스와 씨름하다 보니 배도 불쑥 나왔다. 이쯤 되면 영웅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가족을 만들어 퇴물 영웅을..

고래의 도약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애니메이터 타무라 시게루(田村茂)의 작품들은 손으로 떠올린 맑은 샘물 같다. 그만큼 맑고 투명해 보고 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대부분 좋아한다. 그의 두 번째 작품 '고래의 도약'(クジラの 跳躍, 1998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찰나인 순간을 6시간으로 늘여서 사는 판타지 세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유리로 된 바다를 걸어 다니며 허공에 떠있는 날치를 과일 따듯 손으로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타무라 시게루는 이처럼 꿈같은 이야기를 22분 동안 한없이 맑고 투명한 색감의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놓는다. 손으로 그린 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순전히 컴퓨터로만 작업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손그림 ..

슈렉 2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 2'(Shrek 2, 2004년)는 잘 키운 캐릭터가 얼마나 대단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앤드류 애덤슨(Andrew Adamson), 켈리 애스버리(Kelly Asbury), 콘래드 버논(Conrad Vernon) 세 명이 공동감독한 이 작품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풍자와 웃음 덕분에 전편보다 더 재미있다. 이번 풍자의 대상은 예전 영화들과 비벌리힐즈 거리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스파이더맨' '플래쉬댄스' '반지의 제왕' 등 갖가지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흉내 낸 영상과 비벌리힐즈를 그대로 옮겨놓은 왕국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장화 신은 고양이, 프린스 챠밍, 대모 요정 등 새로 투입된 캐릭터들 또한 슈렉, 동키 못지않은 활약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