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599

판의 미로(4K 블루레이)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감독의 '판의 미로'(Pan's Labyrinth,2006년)는 역사의 아픔을 토대로 환상을 이야기하는 우울한 판타지다. 배경은 스페인 내전 막바지인 1944년. 주인공 소녀 오필리아(이바나 바케로, Ivana Baquero)는 만삭인 엄마와 함께 프랑코 정부군 장교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세르지 로페즈, Sergi Lopez)를 찾아간다. 그러나 새아버지는 모녀에게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혈통을 잇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찬밥 신세나 다름없는 오필리아는 어느 날 우연히 숲에서 지하세계 출신인 신화 속 존재 판(더그 존스, Doug Jones)을 만나며 수수께끼 같은 일을 겪는다. 이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현실과 꿈같은 환상이 교차되는 기괴한 이야기..

폭풍의 질주(4K 블루레이)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다룬 영화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 1990년)는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돈 심슨, 토니 스코트 감독, 톰 크루즈 등 '탑건' 제작팀이 만든 두 번째 영화다.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춘 레이서가 나스카 레이싱 우승을 목표로 전력 질주하는 이야기다. '탑건'에서 하늘을 날았던 톰 크루즈가 이 작품에서는 속도에 목숨을 건 주인공을 맡아 뜨거운 트랙 위를 질주한다.영화 속 레이서들은 여러 사고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결코 우승을 향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묘미는 속도감을 잘 살린 자동차 경주 장면들이다.토니 스코트 감독은 BMW 광고를 위한 단편 영화집인 '하이어'에서 한 편을 맡아 감독할 정도로 워낙 스피드를 좋아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이런 장기를 잘..

레옹(4K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걸작 '레옹'(Leon, 1994년)은 뜻하지 않게 탄생한 작품이다.뤽 베송이 '제5원소'를 준비하면서 기간이 길어지자 공백을 메꾸기 위해 급히 만든 작품이다. 가볍게 소품처럼 만든 이 작품은 개봉 후 큰 주목을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뤽 베송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내용은 뉴욕에 홀로 사는 이탈리아인 킬러 레옹(장 르노)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고아가 된 어린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를 만나면서 삶이 달라지는 이야기다. 마약 밀매에 가담한 마약 및 총기밀매단속국(DEA) 반장 스탠필드(게리 올드만)에게 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은 마틸다는 레옹을 따라다니며 스탠필드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하지만 복수라는게 그리 간단한게 아니다. 오히려 11세 소녀인 마틸다가 위험에 ..

마스크 오브 조로(4K 블루레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 복장과 검은 복면을 한 사나이가 망토를 휘날리며 칼 싸움을 벌이는 '쾌걸 조로'는 과거 흑백 TV 시절부터 유명한 캐릭터다.정작 존스턴 맥컬리의 원작 소설보다 TV 시리즈로 유명한 조로는 요란한 싸움 끝에 칼 끝으로 적의 몸이나 주변에 자신의 서명이나 다름없는 'Z'자를 새기는 장면이 아주 통쾌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들이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소설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 매체에서 더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만큼 조로는 영상물로 수 없이 등장했다. 1970, 80년대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라면 단연 잘 생긴 알랑 들롱의 조로를 우선 떠올린다.그 이전에도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타이론 파워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무성 영화시절부터 조로를 연기했다. 마틴 캠벨이 ..

왓치맨(얼티밋 컷, 블루레이)

슈퍼 히어로물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이다. 이 작품은 핵 전쟁에 대한 공포와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을 배경으로 자경단처럼 활약한 초영웅들의 선악을 넘나드는 고뇌를 다뤘다. 1987년부터 88년까지 12권으로 발행된 원작은 마치 철학의 존재론과 인식론을 날줄과 씨줄로 삼은 듯한 깊이감과 메시지 덕분에 만화로는 유일하게 1988년 SF최고 권위상인 휴고 상을 받았고,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에 들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주제가 심오하고 묵직하다. 이를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훌륭한 영상(Watchmen, 2009년)으로 옮겨 놓았다. 원작의 기기묘묘한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했고,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