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 1968년)을 소리로 먼저 들었다. 고교시절인 1980년대 초반, OST를 한참 모았는데 어느 날 FM에서 자주 틀어주던 주제가가 듣고 싶어 이 영화의 OST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음악으로 먼저 만난 작품 당시 오아시스에서 EMI라이선스로 내놓은 노란색 아웃 케이스가 있던 카세트테이프였다. 집에 와서 무심코 듣다가 '캐플릿가의 연회'라는 2번째 트랙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가 길게 이어진 뒤 주제가가 흘러나오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사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보다 두 사람의 대사였다. 무도회에서 줄리엣을 처음 본 로미오가 기둥 뒤에 숨어 사랑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