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탈리아 56

칼리아리 - 사르데냐의 심장

세계적 휴양지로 꼽히는 사르데냐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 가리발디 장군과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안토니오 그람시다. 프랑스 태생인 가리발디는 사르데냐왕국의 해군에 입대해 주변지역을 점령하면서 오늘날 이탈리아의 기반을 닦았다. 어려서 질병을 앓아 꼽추가 된 병약한 소년 그람시는 사르데냐에서 태어나 칼리아리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토리노대학을 나와 1921년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오늘날 세계사의 중요한 인물이 된 두 사람이 이 곳에서 나온 것은 척박한 풍토와 무관치 않다. 경치가 좋은 해안을 제외하고 내륙지방은 토양이 척박하고 바람이 세게 불어 방목을 제외하고는 농사짓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기원 전부터 숱한 외침을 겪다보니 사람들이 투쟁적일 수 밖에 없다. 가리발디와 그..

여행 2013.04.20

지중해 휴양지 사르데냐 - 포르테 빌리지(칼리아리)

세계 50대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히는 지중해의 사르데냐는 지중해에서 시칠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시칠리아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영토이며, 나폴레옹의 고향인 코르시카섬 바로 아래에 있다. 로마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 옆으로 1시간 정도 날아가면 나온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제주도의 15배 크기로 꽤 크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고, 자동차로 5~6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사르데냐주로 따로 구분돼 있으며 주도는 칼리아리다. 사르데냐는 세계 3대 장수마을 중 하나로 유명. 학자들은 유전학적 요인이 강할 것으로 보고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드넓은 땅덩이 위에서 방목을 하며 숱하게 걸어서 그럴 것이라는 설이 있다. 더불어 이 곳은 오래도록 이어진 근친혼에 대한 미..

여행 2013.04.19

말레나 : 무삭제판 (블루레이)

"운명적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타고난 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Malena, 2000년)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다. 이 대사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쟁이란 가혹한 조건에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 살아남는 이야기다.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주인공 말레나는 너무 아름다워 마을 남자들의 동경을 받지만 그만큼 여인들의 질시 속에 가게에서 빵조차 살 수 없어 굶주리는 힘든 나날을 보낸다.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지만 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독이기도 한 셈이다. 비단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말레나를 시기하던 여인들은 결국 그의 미모 때문에 상처받고 증오와 분노를 퍼붓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과거를 되돌아 보는 토르나토레 감독은 아름다운..

스틸링 뷰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스틸링 뷰티'(Stealing Beauty, 1996년)는 우리나라에서 '미녀 훔치기'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어머니가 한때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지방을 찾은 한 미국 여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내용이다. 어머니의 젊은 날을 쫓아 친부를 찾는 이야기는 뮤지컬영화 '맘마미아'를 닮기도 했다. 더불어 주인공 여성은 어머니의 과거를 발판으로 자신도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갖는다. 제목이 말해주듯 관음증적인 측면도 있어 창문이나 방문 너머로 여성을 잡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남성들의 집요한 시선을 표현했다. 카메라를 잡은 인물은 '세븐' '패닉룸' 등을 찍은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 영상은 DVD의 한계 때문에 베르톨루치 감독이나 콘지가 의도한 특징이 명확하게 살지 않아서..

인생은 아름다워 (블루레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년)는 말이 필요없는 감동적인 걸작이다. 베니니가 각본을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한 이 작품은 코미디 속에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의 비극을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러나 결코 그 과정이 과장되거나 경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픔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짓는 웃음처럼 희극 뒤에 배어나는 페이소스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가장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을 담았다. 아버지는 철부지 아들에게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품을 타기 위한 놀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소리지르는 독일군은 점수 따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며, 그들에게 들켜서 상품도 못탄 채 집에 가지 않으려면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