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탈리아 56

클리프행어 무삭제판 (블루레이)

레니 할린 감독의 '클리프 행어'(Cliffhanger, 1993년)는 초반 10분에 승부를 걸었다. 까마득한 높이의 산봉우리에서 외줄 하나에 매달린 여인을 구하기 위해 실베스터 스탤론이 사투를 벌이는 10분은 긴장감이 압권이다. 무서운 응집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초반 10분 덕에 이야기가 후반까지 힘있게 풀려 나갔다. 그만큼 액션에 일가견 있는 레니 할린 감독의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내용은 산에 흩어진 돈을 찾기 위해 인질을 잡은 악당들과 산악 구조대원이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얼핏보만 산악영화 같지만 무대만 고산일 뿐 사실상 '다이하드' 같은 액션물이다. 그러면서도 까마득한 높이의 산봉우리에서 벌어지는 암벽 등반과 액션 등으로 높이가 주는 긴장감을 잘 살렸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

지중해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지중해'(Mediterraneo, 1991년)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은 영화다. 특히 요즘처럼 푹푹 찌는 여름이나 바쁜 일상에 쫓겨 심신이 지쳐있을 때 보면 영화 속으로 달아나고 싶게 만든다. 내용은 제 2 차 세계대전 때 그리스의 작은 섬에 상륙한 이탈리아 병사들이 평화로운 풍경에 취해 전장의 현실을 잊고 꿈 같은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무릉도원을 꿈꾸는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실화다. 영화는 실제로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의 미기스티섬에 파견된 이탈리아 군인의 수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기스티섬에 찾아가 그림같은 풍경을 필름에 담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에게해, 그 위에 물새알처럼 점점히 떠있는 하얀 집들,..

리플리 (블루레이)

이미 한 번 제작된 영화를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는 두 배로 부담스럽다. 기존 작품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 특히 그 작품이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는 이 같은 부담을 뚫고 성공을 이룬 금자탑 같은 영화다. 밍겔라 감독은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http://wolfpack.tistory.com/entry/태양은-가득히-블루레이)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새로 구성했고,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하다. 알랑 들롱..

칼리아리 야경과 해군기지

이번 출장의 마지막 행사인 저녁 식사가 칼리아리시 군항에서 있었다. 칼리아리 군항은 지중해 크루즈가 정박하는 기존 부두와 달리 요트 선착장 옆에 군함들이 기항할 수 있도록 따로 조성돼 있다. 원래 일반에 개방되는 지 모르겠지만, 부두에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는데 이 곳에서 디너파티를 가졌다. 물론 부두 좌우에는 군함 서너척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물론 미군들은 항공모함 승선 행사 등을 가끔 갖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해군함들을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 지, 연신 부두 좌우를 왔가닸다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우리 같으면 안보를 이유로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인터넷 등에 워낙 관련 사진이 많이 노출돼서 그런 지 이탈리..

여행 2013.04.23

풀라의 환상적인 저녁

오후 5시.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준비했단다. 무슨 저녁인 지 물었으나 "서프라이즈"라고만 대답할 뿐 알려주지 않았다. 차를 타고 포르테 빌리지에서 칼리아리를 향해 40분 가량 달렸더니, 풀라(Pula)라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예쁜 집들이 늘어선 마을 입구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니 갑자기 아코디언 음악소리가 들린다. 골목 어귀에서 할아버지가 신나게 아코디언을 연주했고 양쪽에 세워놓은 스쿠터에 걸터앉은 아가씨들이 활짝 웃으며 환영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골목을 벗어나자 예쁜 성당 앞에 작은 광장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장막이 늘어선 풍경은 흡사 우리네 장터 같았다. '이게 뭔가' 싶어 어리둥절하게 서 있자, 짜잔~ 바로 오늘의 저녁식사란다. 즉, 마을 하나를 통채로 빌려 모..

여행 201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