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 터너의 반란은 미국이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 중 하나다.

흑인 노예였던 냇 터너는 미국에 노예 제도가 남아 있던 1831년 8월21일 반란을 일으켜 55명의 백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을 죽였다.

 

냇 터너는 노예였지만 특이했다.

어려서 영특했던 그는 백인 여성의 배려로 글을 깨우쳐 성경을 읽게 됐고 자연스럽게 기독교인이 돼 주인이 세운 교회에서 노예들에게 교리를 전하는 전도사였다.

 

백인들은 같은 노예 출신이 노예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해 순종적으로 만들면 부려먹기 편할 것이란 생각을 해서 그에게 백인 주인과 함께 다니며 순회 전도를 하게 했다.

이것이 터너의 삶을 바꿔 놓았다.

 

냇 터너는 목화 농장을 돌며 복음을 전파하던 중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흑인들의 처지에 눈을 떴다.

급기야 같은 노예인 아내가 백인들에게 성적 유린을 당하고, 백인 남성에게 세례를 준 일 때문에 주인에게 채찍질을 당한 뒤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

 

냇 터너는 인근 농장의 노예들을 규합해 반란을 일으켰고 이틀 동안 눈에 보이는 백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하지만 같은 노예 출신의 배신으로 매복에 걸려 반란군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냇 터너는 두 달간 숲에 숲어 지내다가 항복해 교수형을 당했다.

백인들은 노예들이 감히 저항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냇 터너의 시체에서 가죽을 벗겨 의자를 만들고 살을 발라내 마차 윤활유에 섞어 버렸다.

 

백인들은 노예 주제에 대든 냇 터너에게 분노했지만 도대체 어떤 존재였는 지 궁금했다.

그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변호사인 토마스 그레이가 변호를 이유로 만나서 그의 삶을 기록한 뒤 '냇 터너의 고백'이라는 책을 만들어 팔아 먹었다.

 

백인인 그레이는 돈 벌 욕심에 상당 부분 터너의 삶을 백인들에 입맛에 맞게 윤색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의 기록물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터너의 자료다.

 

네이트 파커 감독은 냇 터너의 삶에 주목해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 2016년)을 만들었다.

제목만 보면 1915년에 DW 그리피스 감독이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가 생각난다.

 

아닌게 아니라 파커 감독은 그리피스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이를 겨냥해 일부러 같은 제목을 붙였다.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은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

 

그러나 흑인 노예들이 백인들을 위협하니 이들로부터 백인들의 안녕과 국가를 지켜야 한다며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의 행위를 옹호하는 내용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다.

파커 감독은 그리피스의 작품을 보고 분노와 충격을 느껴 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알리고자 이 작품을 찍었다.

 

파커 감독은 목적의식이 뚜렷한 만큼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으며 주인공 냇 터너를 직접 연기했다.

영화는 담담하게 터너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노예로서 살아가는 흑인들의 삶은 결코 담담하게 볼 수가 없다.

노예들의 삶은 '뿌리' '노예 12년' 등 많은 작품을 통해 익숙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다루는 실상은 충격적이다.

 

특히 백인들이 망치로 노예들의 치아를 깨뜨린 뒤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행위나 성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는 절로 몸서리쳐진다.

그만큼 보는 이들도 냇 터너의 행동에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그렸다.

 

비록 미완의 삶이고 실패한 반란이지만 그의 행동은 훗날 남북전쟁의 사실상 도화선이 된 셈이다.

그 정도로 냇 터너의 반란은 중요한 역사적 행위였지만 미국에서조차 그의 삶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굳이 치부를 애써 들추려 하지 않는 태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조차 터너의 행적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이 미국인들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새삼 터너의 삶을 알게 된 점에서 의미있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뿌리'처럼 고통스런 역사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운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보는 내내 불편하고 두 번 볼 자신이 없다.

 

자연 소장가치를 생각하고 블루레이를 구입하기에는 꺼리게 되는 타이틀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암부도 묻히지 않으며 피부에 흐르는 윤기 등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있다.

 

각종 효과음이 채널마다 다르게 흘러 나와 서라운드 효과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부록으로 파커 감독의 음성해설, 냇 터너의 삶을 다룬 다큐, 제작과정, 삭제장면과 감독 인터뷰, 감독의 단편 '아메리칸' 등이 모두 HD 영상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버지니아주는 1830년 노예에게 읽고 쓰는 것을 가르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냇 터너는 법이 통과되기 이전에 어려서 읽고 쓰기를 배웠다.

흑인 노예들은 남부의 목화 농장에서 주로 일했다. 노예들은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힌 채 양 팔을 벌려 목화를 땄다. 영화에서 보이는 목화밭 가운데 6줄은 실제 목화이고 나머지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 넣었다.

노예들이 예배를 드린 헛간은 세트다. 헛간 나무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조명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냇 터너의 주인이었던 벤자민 터너가 1810년에 가족 예배당을 지었다. 냇 터너와 벤자민의 아들 샘은 어린 시절 여기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네이트 파커 감독은 미국에서 경찰의 전신이 노예 감시대였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도망친 노예를 추적하고 노예가 물건 등을 훔치는 지 감시하는 일을 했다.

거리에서 열린 임시 노예 매매 현장. 냇 터너는 당시 흑인 노예들이 그렇듯 주인의 성을 따서 사용했다.

극 중 백인에게 성적 유린을 당하는 노예 여성 에스더를 연기한 가브리엘 유니온은 실제 강간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극 중 배역 때문에 1999년 강간당한 일을 감독에게 얘기하고 출연했다.

냇 터너와 결혼하는 체리는 주인인 새뮤얼이 사들인 노예다. 어디서 왔는 지 출신을 알 수 없는 체리도 결혼한 상태에서 백인들에게 성적 유린을 당했다.

노예의 이빨을 망치로 깨뜨린 뒤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장면은 똑바로 보기 힘들 만큼 끔찍하다.

냇 터너가 주인에게 매를 맞는 장면은 짧은 채찍을 이용해 촬영. 거의 손잡이만 있다시피한 채찍을 사용해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채찍의 나머지 부분을 길게 그려 넣었다.

농장 장면은 과거 실제 노예 농장이었던 곳에서 촬영.

록뮤지컬 영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유명한 노만 주이슨 감독은 1969년 냇 터너의 삶을 영화로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제작사들이 나서지 않아 무산됐다.

냇 터너는 반란이 실패한 뒤 오늘날 코트랜드로 부르는 버지니아주의 예루살렘에 있는 감옥에 갇혔다.

막판 빌리 할리데이의 유명한 노래 'Strange Fruit'이 흐른다. 그렇지 않아도 비극적인 이 노래가 영상과 어울려 더 섬찟하게 다가온다. 빌리 할리데이가 1939년에 녹음한 이 노래는 시인 겸 고교선생이었던 에이블 미어로폴이 1937년에 만들었다. 미어로폴은 1930년 인디애너주 마리온에서 백인들에게 린치당한 뒤 교수형된 에이브럼 스미스와 토마스 쉽을 백인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하는 사진을 보고 이 곡을 썼다.

냇 터너를 연기한 네이트 파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감춰진 역사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재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영화를 만들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국가의 탄생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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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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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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