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감독의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년)는 기자를 꿈꾸던 주인공 도라희(박보영)가 스포츠신문의 수습기자로 입사해 겪는 애환을 그린 코미디다.
이혜린 작가의 원작 소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데 작심하고 만든 코미디여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2005년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기자가 된 뒤 경제신문, 온라인 매체 등을 거친 작가가 기자 시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데, 영화는 이를 더 과장한 듯싶다.
우선 원작 소설의 주인공 이름인 이라희를 의도적으로 '또라이'를 연상케 하는 도라희로 바꿔 캐릭터를 희화화한 점부터 그렇다.
배경이 되는 영화 속 신문사 또한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다.
주인공의 상관인 연예부 부장(정재영)은 시대에 뒤처진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남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쌍욕을 예사롭게 하고 성희롱도 서슴지 않으며 이를 공개석상에서 거론한 뒤 주인공에게 "뭐 문제 있어?"라며 되묻는다.
주인공은 한 술 더 떠서 "괜찮다"며 부장의 발언을 두둔한다.
사회 초년생이 살아남기 위한 방어적 발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요즘 세태와 맞지 않는 풍경이다.
또 문제의 연예부장은 취재원인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술자리 접대를 받는 자리에 수습기자를 데려가 뇌물로 금두꺼비를 받는 장면을 버젓이 보여준다.
이후 주인공에게 해당 기획사를 두둔하는 기사를 쓰라고 지시하며 밥그릇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기자로서 꼭 필요한 기사를 쓰지 못하면 기레기가 된다며 정의감을 발휘하지 못한 주인공을 힐책한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헷갈리는 행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남의 기사도 베끼고 접대도 받지만 기자로서 정의감을 잃지 말라는 주문인데 앞뒤 맞지 않는 처신일 수밖에 없다.
결국 영화는 기레기 행보에 대한 변명처럼 주인공의 정의로운 행동으로 막을 내린다.
주인공이 수습기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종과 함께 엄청난 추측기사를 써서 기획사 대표를 법정에 세운다는 설정이다.
기자가 사실이 아닌 추측, 즉 소설을 버젓이 기사로 써서 내보내는 설정도 문제지만 이를 통해 재판이 벌어지는 과정은 거의 만화 수준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현실성이나 개연성이 떨어진다.
언론사의 현실보다는 언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
그렇지만 내용을 떠나 정재영이나 편집국장을 연기한 오달수 등의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따라서 내용을 떠나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에 초점을 맞춰 재미 삼아 볼 만한 과장된 코미디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계단 현상도 보이고 윤곽선도 매끄럽지 못하지만 블루레이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는 DVD 타이틀로서는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정기훈 감독과 정재영 박보영의 음성해설, 대본 리딩 장면, 제작과정과 삭제 장면, 시사회 풍경, 포스터 촬영 현장 등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스포츠지 기자출신인 소설가 이혜린이 쓴 소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작품 속 모델이 된 스포츠신문사 건물은 서울 강남역 근처 건물 외관을 허가받은 뒤 촬영했다.
촬영은 '리얼'을 찍은 김정원 촬영감독이 담당.
주인공 도라희 역할을 맡은 박보영.
편집국장 역할은 오달수가 연기. 그는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특종을 요구한다.
김우빈도 특별출연 요청을 받았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이름만 나온다.
병실에 입원한 취재원에게 접근하기 위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기자의 행태도 다소 과장됐다.
악덕 연예부장을 연기한 정재영. 그나마 그의 연기가 볼 만 했다.
배성우가 선배 기자 역할로 등장. 한때 정의감에 불탔던 선배 기자는 주인공에게 추측 기사를 쓰라고 조언한다.
해외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장면. 수습기자가 회의실을 독차지한 채 잔뜩 벽에 자료를 붙여 놓고 밤새 추측 기사를 쓴다. 자료를 토대로 취재하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영화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인사동의 식당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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