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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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년)는 '맨 온 파이어'를 만든 토니 스코트 감독의 형 리들리 스코트(Ridley Scott) 감독의 작품이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처럼 두 형제 가운데 형의 작품이 좀 더 나은 편이다. 이 작품을 비롯해 그가 만든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등 영화사에 남을 만한 걸작으로 꼽히며 '글래디에이터' '블랙 호크 다운' 등은 빅 히트를 기록해 성가를 높였다. 이 작품은 야생마 같은 두 여주인공의 일탈을 그리면서 페미니즘을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여성영화로 분류된다. 이전까지 영화 속 여성들의 나약한 이미지와 달리 여주인공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숱한 아류작들을 나았으며 프랑스의 대표적 ..

맨 온 파이어

'탑건' '크림슨 타이드' 등 강렬한 액션 영화를 주로 만든 토니 스코트(Tony Scott) 감독의 '맨 온 파이어'(Man on Fire, 2004년)는 호승심을 자극하는 남성 영화다. 이 작품은 실패한 남자의 재기를 위한 노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아낌없는 희생과 복수 등 남자의 가슴을 흔들만한 요소들을 골고루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1980년대 극장가를 주름잡던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누아르와 맥을 같이한다. BMW 광고로 유명세를 탄 감독답게 이번 작품은 감각적 영상으로 가득하다. 거친 질감의 영상과 강렬한 색상, 쉼 없이 흔들리는 역동적 카메라와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지나치게 감각적인 것에 집착한 경향이 없지 않지만 관객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힘이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

브라더베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그렇듯 색감이 예쁘다. 요즘 추세와 달리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한 애론 블레이즈(Aaron Blaise)와 로버트 워커(Robert Walker) 공동감독의 '브라더베어'(Brother Bear, 2003년)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와이오밍강, 알래스카,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을 다니며 그린 배경이 오래된 유화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신비한 인디언의 전설이 흐른다. 인디언 소년이 자신의 토템인 곰을 죽인 벌로 곰이 돼 생활하다가 나중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곰으로 살아가는 내용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유럽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를 연상하게 만든다. 곰에 대한 친근한 정서는 서구인들보다 동양..

페이스 오프

마치 가면을 벗듯 얼굴 가죽을 떼어내 새 사람으로 변신하는 내용의 '페이스 오프'(Face off, 1997년)는 오우삼(吳宇森) 감독 다운 발상이다. 그렇지만 성형 수술로 신분을 바꾸는 발상은 독창적 아이디어는 아니고 1960년대 영화 'Seconds'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가 졸지에 얼굴이 바뀌는 형사와 범죄자 역할을 맡아 다중인격 같은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펄럭이는 롱코트, 쌍권총,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종교적 상징물, 그리고 총알이 보일 만큼 느린 액션 등 오우삼의 홍콩 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에서 익히 본 코드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색다른 풍경이어서 이 작품에 환호..

싸인

나이트 샤말란(Night Shyamalan) 감독의 '싸인'(Signs, 2002년)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뤘다는 점에서 SF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내용은 스릴러에 가깝다. 결론에 이를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외계인은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시킨다.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 등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샤말란 감독답게 이번 작품의 화두는 크롭서클이다. 마치 나스카 평원의 이상한 기호처럼 밀, 보리밭 등에 거대한 도형이 저절로 생기는 크롭서클은 전 세계에 걸쳐 여러 곳에서 보고됐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신기한 소재인만큼 관심을 끌지만 싱거운 결론이 흠.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궁금해 끝까지 봤지만 소장가치를 느낄만한 DVD는 아니었다. '비스타 시리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