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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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4K 블루레이)

영화 사상 걸작 공포물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작품이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Psycho, 1960년)다. 다중 인격의 젊은이가 벌이는 살인 행각을 다룬 이 작품은 공포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미스테리물의 궁금증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잔혹한 장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포감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점이 놀랍다. 이를 위해 히치콕은 행위 직전에 커트를 넘겨 칼에 찔리는 잔혹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검열의 잣대도 피해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공포는 관객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셈이다. 히치콕이 참 영리한 감독이라는 것을 재삼 느낄 수 있다. ..

셜록 홈즈(4K 블루레이)

1887년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스는 지금까지 숱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온전히 본래 모습을 지킨 적도 있고 새롭게 재창조된 경우도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2009년)는 새롭게 재창조된 셜록 홈스다. 시대 배경은 셜록 홈스가 활약한 1890년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이지만 주인공의 모습은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르다. 이 작품 속의 셜록 홈스는 액션 영웅에 가깝다. 가만히 앉아서 추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범인 체포 현장에 뛰어들어 갈고닦은 무술 솜씨로 악당들과 싸움을 벌인다. 액션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기보다는 007에 가깝다. 액션도 영춘권에 가까운 독특하게 고안한 무술을 사용..

악의 손길(블루레이, 감독판)

국내에서는 '검은 함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오손 웰스(Orson Welles) 감독의 흑백 영화 '악의 손길'(Touch Of Evil, 1958년)은 비운의 걸작이다. 자신의 연출력을 과신했던 오손 웰스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고른 작품이 이 작품이었다. 오손 웰스는 중요한 배역인 퀸란 형사를 맡는 조건으로 적은 보수만 받고 출연과 연출까지 했다. 당시 몇 년 간 유럽에 머물며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던 오손 웰스는 어떻게든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손 웰스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시나리오를 연출 현장에서 몇 번씩 다시 고쳐 썼다. 비운의 저주 받은 걸작 그렇게 해서 당대..

햄버거 힐(블루레이)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5월 10일 미군의 제101 공수부대는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차지하고 있던 에이자우산의 937 고지를 공격했다.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베트콩이 자주 출몰하자 이들을 섬멸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지리적인 상황이 미군에게 아주 불리했다. 경사가 가파른 봉우리는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숲이어서 적이 보이지 않아 공중폭격이 힘들었다. 거기에 북베트남군은 산 전체에 거미줄처럼 땅굴을 파고 숨어 있다가 사방팔방에서 나타나 총질을 했다. 지금은 호찌민시로 이름이 바뀐 사이공에서 관광상품으로 볼 수 있는 월남전 당시 파놓은 땅굴에 들어가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양쪽 어깨가 벽에 쓸릴 정도로 좁고 낮은 굴을 따라 가보면 커다란 학교, 광장 등이 나오는 등 완전 지하도시를 방불케 한다. 어..

철도원(블루레이)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鐵道員: ぽっぽや, 1999년)은 눈발이 펄펄 날리는 풍경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속에 검은 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플랫폼에서 오롯이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영상은 한 폭의 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영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상이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나 서정적인 연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또한 영상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사다 지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아픔과 회한을 그리고 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는 1960년대 이념적 갈등의 시기인 전공투 시절을 거쳐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가족과 일터를 위해 개인을 버려야 했던 그들은 일과 직장, 가족이 전부였던 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