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11 11

비포 선라이즈(블루레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굳이 닮은 우리나라 감독을 찾는다면 홍상수 감독을 떠올릴 수 있다.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들은 시종일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도 특정 사건이 아닌 다양한 주제들을 두서없이 다룬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인생관, 철학, 세상사에 대한 관심, 두 사람의 감정 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대화 장면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년)도 그런 영화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남녀가 대화를 통해 급격하게 가까워진 뒤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다. 미국 청년(에단 호크)은 다음날 오전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고 프랑스 처녀(줄리 델..

연애의 목적(블루레이)

'연애의 목적'(2005년)은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고윤희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영화다. 말 그대로 남녀가 연애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이 작품은 도발적이면서 직선적인 대사가 매력이다. 어느날 한 고교에 여자 교생(강혜정)이 새로 온다. 첫날부터 이 교생에게 호감을 갖게 된 남자교사(박해일)는 집요하게 집적거린다. 둘 다 애인이 있지만 교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교생과 교사의 위험한 줄타기가 벌어진다. 언뜻보면 성인들의 도 넘은 사랑 놀음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권력을 이용한 성적 억압 문제로 다가선다. 물론 진행되는 과정을 놓고 보면 이를 올곳이 성평등 문제로 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인물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광장

피렌체에서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아르노강 남쪽에 위치한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이다. 중심가에서 찾아간다면 베키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꺾어져 20분가량 걸으면 된다. 그렇지 않고 가장 가까운 다리를 찾는다면 폰테 알레 그라찌에 다리로 건너는 것이 좋다. 마침 묵었던 룬가르노 호텔이 베키오 다리 남쪽에 있어서 이곳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은 걸어서 25분 정도 걸렸다.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저 문을 지나면 광장으로 향하는 언덕길이 나타난다.] 특별히 좌, 우로 꺾을 필요 없이 뚫린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광장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르노 강변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가 도로를 건너도 된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은 어느 정도 경사..

여행 2017.11.12

배리 린든(블루레이)

흔히들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를 말할 때 그림 같은 영상이라고 표현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년)이 그런 영화다. 모든 장면이 마치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 걸린 18세기 유화를 보는 것처럼 은은한 빛 속에 색깔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압권은 촛불 조명 장면.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실내 야경을 전기가 아닌 촛불 조명만으로 촬영했다. 촛불은 전기 조명에 비해 조도가 워낙 낮아 일반 렌즈로는 영화를 찍을 수 없다. 그래서 큐브릭 감독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천체 관측에 사용하는 특수 렌즈를 개조해 카메라에 장착한 뒤 아름답고 독특한 그림을 뽑아냈다. 촛불 조명으로 찍은 실내 장면은 마치 로모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은은하면서 따뜻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메트로폴리스(블루레이)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1927년에 발표한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음악이 들어가면 가치가 더 빛난다. 1984년 유명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가 음악을 덧입힌 버전은 프레디 머큐리, 보니 테일러 등 유명 가수들이 부른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영화를 새롭게 만들었다. 조르지오 모로더 버전의 사운드트랙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한 음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2001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프리츠 랑의 무성영화를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동명 만화다. '우주소년 아톰'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원형을 이 작품에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