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3/01 9

소나티네(블루레이)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의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는 배우 겸 감독이 되고나서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었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처럼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작품이 있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키즈 리턴'처럼 서정적인 작품도 있다. 반면 '브라더' '아웃레이지' 등은 피로 점철된 과격하고 어두운 작품이다. 그 중에서 '소나티네'(ソナチネ 1993년)는 '그 남자 흉포하다' '3-4x10월'과 함께 흉포한 남자 3부작으로 꼽힌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을 하고 각본 및 편집, 주연까지 맡은 이 작품은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야쿠자 중간 보스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는 조직 내부의 분쟁에 휘말려 잠시 오키나와의 바닷가로 피신한다. 부하들과 천진난만했던 어린..

별의 목소리(블루레이)

'별의 목소리'(The Voices of a Distant Star, 2002)는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초창기 작품이다. 약 25분 분량의 중편인 이 작품은 신카이 감독 혼자서 2년 동안 만들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 각본을 쓰고 그림까지 그렸다. 작품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너의 이름은' 등 훗날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들의 모태가 됐다. 내용은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미래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공동으로 결성한 유엔 우주군에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로봇 조종사로 뽑혀 출전하면서 남자 친구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우주에서 끊임없이 메일을 주고받지만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블루레이)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면 내용이 좀 떨어져도 보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2004년)가 대표적 경우다.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 연합군과 여기 맞서는 유니온 등 두 개로 갈라진 세력이 대치하는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유니온 지배하에서 살아가는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 등 세 청소년은 홋카이도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탑에 도달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두 소년은 비행기를 만들지만 어느 날 사유리가 사라지면서 두 소년마저 뿔뿔이 흩어진다. 사유리가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된 두 소년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포기했던 비행기를 다시 가동해 탑을 향해 날아간다. 두 소년과 한 ..

꼬방동네 사람들(블루레이)

이동철의 동명 소설을 배창호 감독이 영화로 만든 '꼬방동네 사람들'(1982년)은 1970~80년대 궁핍한 삶을 살았던 도시 빈민들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려낸 한국적 리얼리즘 영화다. 본명이 이철용인 작가 이동철은 빈민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한쪽 다리를 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직업도 갖지 못했다. 결국 어려서 자란 창녀촌에서 좀도둑질과 펨푸 등 양아치 노릇을 하며 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 도시 빈민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자전적 소설 '어둠의 자식들'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그의 소설들은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 '바보 선언' 등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배 감독도 '어둠의 자식들' 촬영 때 조감독을 하며 이동철을 알게 된 인연으로 ..

콩: 스컬 아일랜드(블루레이)

조던 보트로버츠(Jordan Vogt-Roberts) 감독의 '콩: 스컬 아일랜드'(Kong: Skull Island, 2017)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킹콩을 다룬 영화다. 그렇지만 1933년 원작과 1976년 존 길러민 감독과 2005년 피터 잭슨 감독의 리메이크작이 킹콩과 인간의 갈등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거대 괴수들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내용은 1970년대 우연히 발견된 미지의 해골섬에 군인과 학자들로 구성된 탐험대가 파견돼 거대 고릴라인 콩과 괴수들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탐험대는 콩뿐만 아니라 괴수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피 튀기는 사투를 벌인다. 따라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괴물영화로 봐야 한다. 괴물영화인 만큼 당연히 주인공은 사람보다 거대 괴수들이다. 무엇보다 킹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