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3/02 6

서편제(블루레이)

우리 영화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년)는 안타깝고 처절한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청준의 연작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소리에 미쳐 세상을 떠도는 소리꾼 유봉(김명곤)과 양딸 송화(오정해), 아들 동호(김규철)의 삶이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다. 여기저기 떠돌며 소리로 먹고사는 유봉은 북을 치는 아들과 소리를 하는 딸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혹독하게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아들 동호는 소리에 미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죽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버지를 원망하며 뛰쳐나간다. 그렇게 아들을 잃은 유봉은 나이 들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면서 딸에게 더욱 집착한다. 무엇보다 완벽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딸..

해운대 신라스테이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본 뒤 택시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송도로 내려갔다. 송도 해수욕장은 1913년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최초로 문을 연 공설 해수욕장이다. 이곳에 1964년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1960, 70년대 송도가 신혼 여행지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던 송도는 각종 쓰레기와 오염수가 넘쳐나며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바람에 케이블카도 적자가 늘면서 1988년 운행이 중단됐고 급기야 2002년 철거됐다. 그러나 부산시가 송도해수욕장을 깨끗하게 재정비하면서 2017년 케이블카를 다시 설치해 운행했다.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km를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1인당 왕복 2만 ..

여행 2023.02.18

피부를 판 남자(블루레이)

튀니지 출신의 카우타르 벤 하니야(Kaouther Ben Hania) 감독의 '피부를 판 남자'(The Man Who Sold His Skin, 2020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미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는 2008년 스위스 사람 팀 스타이너의 등에 작품을 문신으로 새겨 발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델보예는 살아있는 돼지에게도 문신을 새겨 작품으로 발표했다. 워낙 특이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델보예이지만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화판으로 썼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작품 활동도 좋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난과 예술가의 독창성을 옹호하는 의견이 엇갈렸다. 벤 하니야 감독은 여기에 이야기를 입혔다. 2011년..

삶의 애환이 깃든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 관광의 명소로 떠오른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시작됐다. 1945년 30만 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1951년 84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사람들은 살 곳을 찾아 산꼭대기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천마산 옥녀봉 아래 모여 산 것이 지금의 감천마을 효시가 됐다. 시초에는 피란민들과 태극도 신도 4,000여 명이 산비탈에 층층이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았다. 태극도는 대순진리회의 모태가 된 종교로 감천2동에 총본부가 있다. 동네 사람들은 예전처럼 태극도라고 부른다. 마을 이름 감천(甘川)은 물이 달고 좋다는 뜻. 얼핏 들으면 신선놀음 같지만 감천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미국 비벌리힐스나 트윈픽스처럼 전망 좋은 ..

여행 2023.02.10

미녀와 야수(블루레이, 실사판)

빌 콘돈(Bill Condon) 감독의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년)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히트한 작품을 실사로 옮긴 영화다. 내용은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댄 스티븐스 Dan Stevens)와 그를 감화시킨 미녀 벨(엠마 왓슨 Emma Watson)의 사랑 이야기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판은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전자를 따랐다. 즉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똑같이 재현했다. 관건은 야수를 비롯해 가구로 변한 사람들과 '환타지아'처럼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화려한 군무다. 콘돈 감독도 이 부분은 대안이 없어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고 일부 구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