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012년)은 1990년대 청춘들을 위한 송가다.
1994년 대학 새내기들을 주인공으로 그 시절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잔잔한 영상으로 담아 냈다.
한동안 '친구' '말죽거리잔혹사' '고고70' 등 1970년대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90년대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벌써 90년대 학번들을 다룬 작품이 등장했나 싶었는데,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들도 이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특히 수지가 이제훈에게 듀오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들려주며 "너 전람회 몰라?"라고 묻는 장면에서 '졸라맨'으로 들었다는 사람이 많다는 이 감독의 설명을 듣고 실소가 나왔다.
그만큼 전람회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절로 흘러간 세월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는 대학 신입생때 만난 첫사랑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이뤄지지 않아서 첫사랑"이라는 극 중 '납뜩이'의 대사처럼 엇갈릴 수 밖의 없는 첫사랑의 안타까운 사연을 앨범을 넘기듯 담담하게 풀어 놓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 편집은 잘못하면 혼선을 줄 수 있는데, 이 감독은 깔끔하고 단정한 연출로 매끄럽게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에 동일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우가 과거와 현재의 동일인을 연기했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그만큼 캐스팅이 잘 됐다.
아이돌 가수인 수지는 워낙 예쁘장하게 나와 '수지학개론'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몇 장면에서 답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열어 놓은 시도도 좋았다.
예를 들어 술 취한 여자친구를 데려다 준 선배, 제주에서 다시 만나 만취한 첫사랑과의 뒷이야기 등은 영화에서 뒷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시도는 마치 소설을 읽는 것 처럼 보는 이가 뒷장면을 그려 넣으며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한다.
더불어 서울 곳곳과 제주에서 담은 영상들은 사진집처럼 곱다.
누구나 한 번쯤 가슴앓이 하는 젊은 날의 첫사랑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정갈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새삼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야기 만큼이나 화질이 곱다.
깔끔하고 부드러우면서 은은히 퍼지는 조명을 잘 살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편안한 배음을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엄태웅 이제훈 수지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여주 북내면 버스 정류장에서 찍은 장면. 수지는 이 장면에서 실제로 잠이 들었단다. 특이하게도 이 장면은 집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됐다. 제작진은 서귀포시 위미리에 매물로 나온 집을 사서 영화를 찍었다. 건축 설계사무소는 한남동에 위치한 실제 설계사무소를 빌려서 촬영. 한가인이 민소매 옷을 입고 있지만 몹시 추운 가을에 여름장면을 찍었다. 정릉 공원에서 촬영한 장면. 이 감독은 실제로 연대 건축학과를 나왔다. 제주 집도 학과 동기인 구승회 크래프트디자인 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빈 집은 종로 누하동에서 촬영. 이 감독은 건축학과를 나오긴 했지만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을 들은 적은 없단다. 이제훈과 수지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서울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송파구 문정동에서 촬영. CG로 1994년 상황에 맞게 전면에 보이는 높은 건물들을 지웠다.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와인바 '153라운지바'에서 촬영. 서울역사박물관 근처에 있다. 이 작품의 배역인 '납뜩이'로 유명해진 배우 조정석. "어떡하지 너?"라는 유명한 대사는 그가 평소 자주 쓰던 말을 활용한 애드립이란다. 이 장면은 종로구 창신동 포장마차에서 촬영. 제주 장면은 변화 무쌍한 날씨 때문에 제작진이 촬영에 애를 먹었단다. 서귀포 대정읍 초등학교에서 촬영. 여의사 역할은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깜짝 출연. 이 감독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2003년부터 준비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수정해 여러 제작사와 배우들에게 보냈으나 거절당한 뒤 명필름의 심재명 사장이 받아보고 제작 의사를 밝혀 영화를 찍었다. 병풍처럼 한 쪽으로 스르르 접히며 열리는 폴딩 윈도는 1,000만원이 넘는 소품이다. 영화 속에서 수지의 화장은 민낯에서 점점 진해지고, 한가인의 화장은 진했다가 거꾸로 점점 옅어진다. 두 사람의 달라지는 화장은 거과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달라지는 시점과 감정의 변화를 동시에 담고 있다.
1994년 대학 새내기들을 주인공으로 그 시절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잔잔한 영상으로 담아 냈다.
한동안 '친구' '말죽거리잔혹사' '고고70' 등 1970년대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90년대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벌써 90년대 학번들을 다룬 작품이 등장했나 싶었는데,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들도 이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특히 수지가 이제훈에게 듀오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들려주며 "너 전람회 몰라?"라고 묻는 장면에서 '졸라맨'으로 들었다는 사람이 많다는 이 감독의 설명을 듣고 실소가 나왔다.
그만큼 전람회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절로 흘러간 세월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는 대학 신입생때 만난 첫사랑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이뤄지지 않아서 첫사랑"이라는 극 중 '납뜩이'의 대사처럼 엇갈릴 수 밖의 없는 첫사랑의 안타까운 사연을 앨범을 넘기듯 담담하게 풀어 놓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 편집은 잘못하면 혼선을 줄 수 있는데, 이 감독은 깔끔하고 단정한 연출로 매끄럽게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에 동일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우가 과거와 현재의 동일인을 연기했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그만큼 캐스팅이 잘 됐다.
아이돌 가수인 수지는 워낙 예쁘장하게 나와 '수지학개론'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몇 장면에서 답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열어 놓은 시도도 좋았다.
예를 들어 술 취한 여자친구를 데려다 준 선배, 제주에서 다시 만나 만취한 첫사랑과의 뒷이야기 등은 영화에서 뒷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시도는 마치 소설을 읽는 것 처럼 보는 이가 뒷장면을 그려 넣으며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한다.
더불어 서울 곳곳과 제주에서 담은 영상들은 사진집처럼 곱다.
누구나 한 번쯤 가슴앓이 하는 젊은 날의 첫사랑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정갈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새삼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야기 만큼이나 화질이 곱다.
깔끔하고 부드러우면서 은은히 퍼지는 조명을 잘 살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편안한 배음을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엄태웅 이제훈 수지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여주 북내면 버스 정류장에서 찍은 장면. 수지는 이 장면에서 실제로 잠이 들었단다. 특이하게도 이 장면은 집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됐다. 제작진은 서귀포시 위미리에 매물로 나온 집을 사서 영화를 찍었다. 건축 설계사무소는 한남동에 위치한 실제 설계사무소를 빌려서 촬영. 한가인이 민소매 옷을 입고 있지만 몹시 추운 가을에 여름장면을 찍었다. 정릉 공원에서 촬영한 장면. 이 감독은 실제로 연대 건축학과를 나왔다. 제주 집도 학과 동기인 구승회 크래프트디자인 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빈 집은 종로 누하동에서 촬영. 이 감독은 건축학과를 나오긴 했지만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을 들은 적은 없단다. 이제훈과 수지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서울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송파구 문정동에서 촬영. CG로 1994년 상황에 맞게 전면에 보이는 높은 건물들을 지웠다.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와인바 '153라운지바'에서 촬영. 서울역사박물관 근처에 있다. 이 작품의 배역인 '납뜩이'로 유명해진 배우 조정석. "어떡하지 너?"라는 유명한 대사는 그가 평소 자주 쓰던 말을 활용한 애드립이란다. 이 장면은 종로구 창신동 포장마차에서 촬영. 제주 장면은 변화 무쌍한 날씨 때문에 제작진이 촬영에 애를 먹었단다. 서귀포 대정읍 초등학교에서 촬영. 여의사 역할은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깜짝 출연. 이 감독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2003년부터 준비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수정해 여러 제작사와 배우들에게 보냈으나 거절당한 뒤 명필름의 심재명 사장이 받아보고 제작 의사를 밝혀 영화를 찍었다. 병풍처럼 한 쪽으로 스르르 접히며 열리는 폴딩 윈도는 1,000만원이 넘는 소품이다. 영화 속에서 수지의 화장은 민낯에서 점점 진해지고, 한가인의 화장은 진했다가 거꾸로 점점 옅어진다. 두 사람의 달라지는 화장은 거과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달라지는 시점과 감정의 변화를 동시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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