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영화 '섬'을 구상하면서 매일 동서남북이 바뀌는 공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집을 만들었다.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김 감독은 주왕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주산지를 찾았다.
하지만 공교롭게 주산지는 300년 만에 처음 물을 빼내는 정비작업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섬'의 촬영지가 바뀐 이유다.
이후 김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섬'의 언론시사회를 가진 직후 호텔 방에서 보이는 설산을 보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년)의 시놉시스를 구상했다.
그리고 '섬'에서 이루지 못한 공간에 대한 미련을 이 작품에서 풀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과 서가 바뀌는,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했던 물 위에 뜬 절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만큼 김 감독이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낸 미학적 공간은 참으로 아름답다.
주왕산국립공원의 명물인 주산지가 빚어내는 절경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회화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상들이 많다.
그러나 표현의 강도가 순화되긴 했지만 김 감독 특유의 가학적 표현도 여전하다.
주인공이 상대나 자신을 괴롭히는 장면들을 보면 "인생은 가학과 피학 자학"이라는 김 감독 특유의 투쟁적 인생관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이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주산지 물 위에 오롯이 뜬 섬 같은 절에 사는 노승과 동자승은 달라지는 계절처럼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이를 통해 김 감독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 이를 내려놓기 위한 고통의 몸부림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인 그가 지극히 불교적 해법을 찾는 과정이 이채롭다.
고양이 꼬리에 먹을 묻혀 절 바닥 가득 반야심경을 쓴 뒤 칼로 글자들을 파내고, 엄동설한에 웃통을 벗고 맷돌을 끌며 동불을 든 채 산에 오르는 고행을 한다.
돌고도는 계절로 윤회를 암시하는 제목 또한 불교적이다.
여기서 리얼리티를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주 무대인 물 위에 뜬 절 자체가 이미 사실성을 부정하는 지극히 작위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성을 뛰어넘는 작위적 요소를 동원해 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를 추구하고 철학적 메시지를 녹여 넣는 것이 곧 김 감독의 특징이다.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관객의 몫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깔끔하지 못하고 원경의 디테일도 떨어져 아쉬움이 남지만 기존에 나온 DVD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일부 장면에서 귀뚜라미나 새소리 등이 리어에서 흘러 나오는 등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DVD 타이틀에 수록됐던 제작과정과 제작발표회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
|||||||||||||||||
예스24 | 애드온2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락 오브 에이지 (블루레이) (5) | 2012.12.22 |
---|---|
팡팡 (4) | 2012.12.18 |
과거가 없는 남자 (0) | 2012.12.16 |
건축학개론 (블루레이) (14) | 2012.12.15 |
폭력교실 (2) | 201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