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겨울왕국

울프팩 2014. 2. 22. 17:40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2013년)의 흥행 기세가 무섭다.
지난달 16일 국내 개봉한 이 작품은 21일 현재 934만명이 관람해, 국내 개봉한 역대 애니메이션 중 '쿵푸팬더2'(2011년)가 세운 506만명 기록을 일찌감치 갈아 치웠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아이언맨3'의 900만명 기록도 뛰어넘으며 역대 외국영화 순위에서도 '아바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런 기세면 1,000만명을 뛰어넘을 지도 모르겠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적이 괜찮아 2월16일까지 총 9억5,574만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애니메이션 1위인 '토이스토리3'의 10억6,320만달러 기록을 바짝 뒤쫓고 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지금까지 디즈니 작품 가운데 최대 흥행작인 '라푼젤'(2억달러)를 가볍게 제치고 디즈니 애니사상 최고 흥행작이 됐다.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이 작품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 가지, 화려한 그래픽과 훌륭한 노래들이다.

의외로 스토리는 단선적이다.
안데르센의 원작 동화 '눈의 여왕'에서 친구간에 얽히고 설키는 복잡한 심리선은 이 작품에서 자매의 이야기로 둔갑하며 깔끔하게 정리됐다.

사람들을 피해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걸고 혼자사는 언니를 동생이 찾아가 끌어내는 이야기다.
디즈니 애니가 언제나 그렇듯 스토리가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잘 풀리는 해피엔딩을 향해 기관차처럼 돌진한다.

또 틀에 박힌 권선징악과 사랑 타령이냐는 식상함에 지겨울 법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그래픽이 그런 생각을 잊게 만든다.
픽사를 이끄는 존 라세터가 총괄 제작을 맡으면서 컴퓨터그래픽이 펼칠 수 있는 최상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하늘하늘한 금발은 미세한 머리카락이 올올이 보일 만큼 섬세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머리카락의 표현이나 날리는 눈발 등의 묘사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결국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하고 놀라운 그래픽이 스토리의 진부함과 단순함을 뛰어 넘는다.
여기에 극장을 찾지 않은 사람들까지 알 만큼 유명한 주제가 'Let It Go' 등 오리지널 뮤직 스코어가 뮤지컬 넘버 못지 않게 훌륭하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힘있는 이디나 멘젤의 보컬이 제대로 된 히트곡을 만들어 낸 셈이다.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같은 주제가를 부른 효린의 노래도 꽤 훌륭했다.

더불어 기억에 남는 것은 초반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단편 애니다.
과거 '증기선 윌리' 시절의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단편인데, 특이하게도 작품 속 스크린 안에서는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면 3차원 컬러 영상으로 둔갑한다.

미키마우스로 대표되는 과거 나인 올드맨 시절의 전통과 영화를 되살리고 싶은 디즈니의 야심과 픽사 인수 이후 진일보한 컴퓨터그래픽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아마도 단편으로 오프닝을 시작한 것은 존 라세터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은데 디즈니의 야심과 변화를 예고하는 인상적인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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