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비주얼을 위해 이야기가 존재하는 영화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영상들이 마치 양과자점에 벌려 놓은 예쁜 컵케이크처럼 반짝 반짝 빛난다.
그만큼 색깔이 예쁘다.
하지만 타셈 싱 감독의 '더 폴'처럼 장대하고 감동적인 비주얼은 아니고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비주얼이다.
여기에 잘 꾸며진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정돈된 미장센 또한 돋보인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도외시한 채 비주얼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여귀족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약간은 코믹한 추리소설처럼 펼쳐 놓았다.
즉, 적당한 가벼움을 가미해 비주얼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끌어간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마치 엽기적인 작품을 잘 만드는 팀 버튼의 팬시 버전처럼 지나친 무거움과 어두움을 살짝 비껴 갔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다채로운 화면 구사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와 시대 배경에 따라 화면비를 1.85, 2.35, 1.37 등 세 가지를 번갈아 가며 시각적 변화를 선보였다.
언뜻보면 정신없고 1.37 화면비에서는 폭이 좁아져 답답함도 느껴지지만, 나름 프레임의 통일성을 기한 구성이다.
더불어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 윌렘 대포, 에드워드 노튼, F 머레이 에이브러햄, 빌 머레이, 주드 로, 톰 윌킨슨, 제프 골드블럼, 하비 케이틀, 오웬 윌슨 등 마치 스타백화점처럼 총출동한 스타들의 면면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쉽게 눈에 띄는 스타도 있지만, 워낙 깜짝 변신을 해서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든 스타들도 있다.
다만 시각적 완결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연극 무대처럼 꾸민 미장센이 지나치게 인위적이어서 부자연스럽다는게 한 가지 흠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 작품은 웨스 앤더슨의 환상 같은 작품이다.
가상의 국가,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상의 이야기인 만큼 지나친 인공미 또한 웨스 앤더슨 세계의 한 축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1080p 풀HD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아주 좋지는 않은 소프트한 영상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넓게 확산되는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촬영지 소개, 제작과정, 인터뷰 등이 HD 영상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영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태로 진행된다. 여기 맞춰 이야기에 따라 화면비가 달라진다. 초반은 1.85 대 1로 시작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2.35 대 1, 1930년대는 1.37 대 1로 바뀐다.
각본을 쓴 웨스 앤더슨 감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음악은 알렉상드르 데스폴라가 침발롬, 발랄라이카 등의 민속 악기를 이용해 만들었다.
호텔 외관은 정교한 미니어처 세트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호텔 지배인은 랄프 파인즈, 노귀족은 틸다 스윈튼이 연기. 스윈튼은 84세 노인 역을 위해 5시간 동안 분장하고 백내장처럼 보이는 콘택트 렌즈를 착용했다. 그의 의상은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1.37 대 1 화면비는 1950년대까지 주로 쓰였던 화면비다. 달라지는 화면비로도 시대를 짐작할 수 있게 한 구성이다. 원래 노귀족 역할에 안젤라 랜즈베리가 캐스팅됐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틸다 스윈튼으로 교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위치한 가상 국가인 주브로브카의 마을 네벨스바드는 독일과 폴란드 국경지대의 괴를리츠 마을을 배경으로 했다. 괴를리츠는 한때 러시아가 점령했다가 독일, 헝가리 소유가 되기도 했다. 폴란드 국경이 걸어서 넘을 수 있을 만큼 붙어 있다.
체크포인트 19 감옥은 괴를리츠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츠비카우에서 찍었고 멘들스 빵집은 드레스덴에서 촬영했다.
죄수들의 대장 역할을 한 하비 케이틀. 언뜻보면 알아보기 힘들다.
주드 로와 F 머레이 에이브러햄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로 등장.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괴를리츠 마을의 비어 있는 백화점 안에 꾸민 세트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호텔을 꾸밀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상 국가 이름 주브로브카는 폴란드의 보드카 주브로브카에서 따왔다.
제과점 상자, 과자 모양 등 모든 아이디어가 감독의 머리에서 나왔다. 심지어 영화 속 배우들이 보는 신문 속 기사까지 감독이 직접 썼다.
악당을 연기한 애드리언 브로디. 벽에 걸린 그림은 실제 에곤 쉴레 그림은 아니고 그의 스타일을 흉내내 만든 모작이다. 쉴레는 클림트의 제자였다.
이 작품은 제 6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또다른 악당은 윌렘 대포가 연기. 그의 가죽재킷과 노귀족의 여행가방, 소품 등은 프라다 제품이다.
스키 추격장면은 미니어처 나무들을 심고 카메라에 바퀴를 부착해 밀면서 촬영. 캐릭터는 인형을 만들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찍었다.
'어톤먼트' '한나'에 나온 시얼샤 로넌이 여주인공으로 등장. 웨스 앤더슨 감독은 호텔 지배인 역에 랄프 파인즈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
제프 골드블럼이 연기한 빌모스 코박스는 촬영감독 라즐로 코박스와 빌모스 지그몬트에 대한 헌사다. 2007년 사망한 라즐로 코박스는 '이지라이더' '고스트버스터즈'를, 빌모스 지그몬트는 '디어헌터' '어쌔신' 등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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