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레슬링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김 감독은 사각의 링 위에서 펼쳐지는 레슬링을 통해 사실상 정글이나 다름없는 약육강식의 경쟁이 펼쳐지는 현대인의 삶을 풍자했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내용은 아니다.
주인공이 레슬링을 배우는 과정과 시합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코믹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기를 능청스럽게 구사해 '초록물고기' '넘버3'에 이어 그의 스타성과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더불어 배우들이 몇 달간 고생하며 익힌 레슬링 기술 덕분에 송강호와 김수로가 펼치는 레슬링 장면은 실제 시합 못지않게 실감 난다.
송강호 외에 이 작품에서는 가능성을 보인 여러 스타들이 눈에 띈다.
김수로는 물론이고 박상면, 이원종, 정웅인, 신하균, 고호경 등 낯익은 얼굴들이 나오고, 훗날 '신세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인 박성웅도 단역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제는 고인이 된 장진영의 꽃 같은 한 때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어어부밴드가 독특하게 편곡한 '미소를 띄우며 너를 보낸 그 모습처럼'과 '사각의 진혼곡' 등 음악도 영상과 잘 어울렸다.
1080p 풀 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는 화질이 DVD에 비해 깨끗하게 개선됐다.
색감도 비교적 잘 살아 있는 편.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한 후방 사운드 덕분에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배우 및 감독 인터뷰, 김지운 감독 음성해설 등 DVD에 들어 있는 부록 외에 추가로 블루레이 출시 기념 인터뷰와 김지운 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송강호가 다시 모여 녹음한 추가 음성해설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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