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나자리노

울프팩 2013. 1. 19. 12:17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도 파비오 감독이 만든 '나자리노'(Nazareno Cruz Y El Lobo, 1974년)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아르헨티나 영화라는 점이 그렇고, 공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멜로물에 가까운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라는 점이 그렇다.

1976년 명보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국내에선 정작 내용보다 음악이 더 유명하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독일 작곡가이자 가수인 미카엘 홀름이 1974년 발표한 'Traenen luegen nicht'란 노래를 주제곡으로 사용했는데, 이 영화로 유명해진 뒤 미국의 자니 마티스가 'When a Child is Born'이라는 팝송으로 다시 불러 1976년 빌보드차트 5위까지 올랐다.

요즘도 FM 영화음악 코너에서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감성적인 멜로디가 우리 정서와 잘 맞는 곡이다.
주제곡 뿐만 아니라 후안 호세 가르시아 카피가 담당한 음악들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아르헨티나의 전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사랑에 빠지면 늑대가 되는 저주를 안고 태어난 청년 나자리노의 이야기다.
하지만 나자리노는 마을에서 제일 예쁜 그리셀다를 보고 첫 눈에 반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에 빠지고 만다.

줄거리는 뻔하지만 파비오 감독은 이를 표현주의 양식의 독특한 영상으로 만들어 냈다.
특히 검은 고양이, 도마뱀, 온 몸을 휘감는 수초 등 상징적인 매개체를 적극 활용한 영상들이 인상적이다.

사랑 대신 재물을 택하면 저주를 피할 수 있다는 악마의 꼬임에도 넘어가지 않고 비극적 사랑을 택한 나자리노의 슬픈 운명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곁들인 너무 아름다운 음악과 독특한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그만큼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황량한 풍경을 배경으로 한 우울한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수작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을 얘기하기 민망할 만큼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영상이 어둡고 온갖 잡티와 스크래치가 난무하며 발색도 좋지 않다.
음향은 스페인어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인 늑대인간 얘기를 토대로 만든 아르헨티나 작품이다.
그로테스크한 영상의 영화는 온갖 상징과 비의들로 가득하다.
주인공 나자리노를 연기한 후안 호세 카메로.
나자리노와 비극적 사랑을 나누는 여주인공 그리셀다를 연기한 마리나 마갈리.
파비오 감독은 후안 카를로스 치아페의 라디오 극본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사랑의 저주와 부의 저주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은 마치 이수일과 심순애를 연상시킨다.
야수파의 그림처럼 거친 바람결이 느껴지는 영상이 인상적이다.
파비오 감독은 앞으로 닥칠 상황이나 운명을 주로 동물을 이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악마가 다스리는 땅이자 바알의 궁을 독특하게 묘사한 영상.
레오나르도 파비오 감독은 1938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2개월여 전인 2012년 11월5일 아르헨티나에서 74세 나이로 사망했다.
늑대가 된 나자리노. 그런데 누가 봐도 늑대가 아니라 세퍼트다.
파비오 감독은 1960~7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가수로서도 성공했다. 그러나 1976년 아르헨티나에 군사 쿠데타가 발발한 뒤 추방당해 11년 동안 아르헨티나에 돌아가지 못했다.
이뤄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숱하게 되풀이 된 주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를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한 영상으로 차별화했다.
나자리노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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