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댄싱 퀸

울프팩 2012. 1. 22. 11:12

이석훈 감독의 '댄싱 퀸'(2012년)은 CJ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한 비즈니스 프로젝트 같은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맡아 엠넷의 슈퍼스타K를 최대한 활용해 촬영한 뒤 CGV에서 집중 상영했다.

어찌보면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CF 같다.
그렇게 조합한 설정이 관객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빠지도록 하는 것을 보면, 성공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비결은 그럴 듯하면서도 이색적인 설정 때문이다.
인권 변호사가 시장 후보로 나서고 그의 아내인 주부가 오디션 프로에 도전해 가수가 되는 설정 등은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대박을 꿈꾸는 오디션에 열광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했다.

여기 담긴 나이 상관없이 언제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라는 메시지는 진부하지만 설득력있다.
더불어 명절 개봉하는 오락영화가 갖춰야 할 적당한 웃음과 눈물샘 자극 요소까지 고루 섞였으니 그런대로 범작은 되는 셈이다.

하지만 포스터에 적힌대로 '최강 코미디'는 아니다.
이를 기대하고 본다면 적지않게 실망할 수 있다.

최강 코미디를 지향했다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려면 조잡하고 단순하게 만들라"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말처럼 더 망가졌어야 했다.
관객이 울어야 할 슬픈 장면들도 배우들이 먼저 울어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는 등 너무 작위적이다.

그만큼 허술한 구석도 많은 영화다.
특히 엄정화가 속한 그룹이 부르는 노래는 1981년 올리비아 뉴튼존이 발표해 10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팝송 'Physical'과 일부 멜로디가 중첩된다.

처음에 연주만 들었을 때는 나이 든 주부라는 설정 때문에 일부러 넣은 줄 알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대놓고 창작곡처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 놀랐다.
30년 전 노래여서 기억할 사람이 적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유명했던 곡인데, 저렇게 후렴구 등의 멜로디가 흡사해도 되나 싶다.

노래 뿐 아니라 안무도 당시 올리비아 뉴튼존의 뮤직비디오와 일부 비슷한 동작이 있다.
왜 그랬는 지 궁금하다.

여러가지 결격 사유에도 불구하고 실명대로 등장한 황정민과 엄정화의 연기는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했다.
특히 엄정화는 가수라는 직업과 같은 배역을 맡아서 그런 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펄펄 날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제목처럼 엄정화를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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