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켠에 격리수용돼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외계인은 지금까지 영화에서 봤던 외계인들처럼 강력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빈자의 무리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결코 물리적 힘이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경제적 공포를 내재한 존재들이다.
남아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차별과 소외를 당하며 지구인들에게 공포를 느끼고, 지구인들은 그들에게 막연한 경제적 공포감을 느낀다.
부자들에게는 불안과 소요를 야기시키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들이며 빈자들에게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극 중 외계인은 미국에서는 멕시코나 히스패닉, 한국에서는 동남아인들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현실을 냉정할 정도로 잘 반영했다.
이를 SF라는 은유로 빚어낸 감독의 예리한 아이디어가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영화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미워하는 세력들을 통해 존재의 타당성을 의심하는 현실을 풍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정치적 메시지를 SF영상으로 잘 담아낸 수작이다.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외계인 구역에 흘러들어간 지구인을 통해 갈등과 긴장을 만들어내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긴장감 넘친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쨍하게 맑은 하늘처럼 깨끗한 영상은 디테일이 뛰어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리어 채널을 확실하게 활용해서 소리의 방향감과 이동성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장면, 제작과정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DVD 타이틀에서는 음성해설에 한글자막이 들어 있는데 블루레이에서 누락돼 안타깝다.
DVD만도 못한 부록이 돼버렸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만연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을 SF영상에 담은 다분히 정치적인 영화다.
남아공에서 나고 자란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 작품의 모태가 된 단편 영화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를 만들었다. 주인공을 맡은 남아공 배우 샬토 코폴리는 감독의 고교 친구다.
영화속 외계인 거주지역인 디스트릭트9은 남아공의 소웨토 인근 치아웰로라는 빈민가에서 촬영. 소웨토에는 150만명의 빈곤층이 산다. 남아공 정부는 벽돌집을 지은 뒤 이들을 옮겼다.
치아웰로는 버려진 판자촌이 됐으며 사방에 석면가루 천지인 끔찍한 환경을 갖고 있다.
영화 속 외계인들은 모두 제이슨 코프라는 배우가 혼자서 회색 옷을 입고 연기했다. 이를 회색 옷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외계인의 모습을 덧씌우는 로토메이션 기법을 이용해 제작.
남아공은 요하네스버그 주변 알렉산드리아와 소웨토 등 슬럼가 일대에 외국인 혐오증이 심하다. 수년 전 짐바브웨 주민들이 내전을 피해 넘어오면서 본격화됐다.
남아공의 빈민층들인 짐바브웨 난민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영역을 빼앗는다고 생각했고, 이 같은 외국인 혐오증은 방화와 대량 살상으로 번졌다.
외계인이 알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소를 매달아 놓은 장면은 실제 죽은 소를 이용해 촬영. 감독에 따르면 남아공 소웨토 일대에는 도처에 소, 개, 양, 돼지 등 짐승들의 시체가 널려 있다고 한다.
남아공에는 무티라고 부르는 무속 신앙이 있다. 이들은 부두교처럼 주술적 효과를 믿어 사람의 신체를 잘라 먹기도 한다. 외계인의 팔을 잘라 먹는 장면은 이를 풍자했다.
실제 남아공 풍습을 외계인에 빗대 재현한 장면들이 나온다. 반으로 자른 양의 머리는 '스마일리'라고 부르는 남아공의 실제 음식이다. 잘린 머리가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 이렇게 부른다. 잘라낸 머리에서 뇌만 뽑아 기름에 튀겨 2달러에 판다.
지하 실험실을 습격하는 장면은 프레토리아 교외 펠렌다비 핵기지 옆 핵무기 저장고에서 찍었다.
흰색 장갑차는 1974년 남아공 군이 개발한 전투 차량 '캐스퍼'다. 시위 진압에도 사용됐다.
영화 속 외계인의 무기와 우주선 등 메카닉 디자인은 웨타워크숍과 웨타디지털이 맡았다.
남아공에는 용병들이 아주 많다. 90년대 예벤 바로우가 유명한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이라는 용병회사를 설립한 뒤 시에라리온에서 반란군을 진압하고 정부 수립을 도우며 용병회사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이제는 남아공에서 용병회사가 불법이 됐다.
이 영화는 인간 잔혹사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외계인을 생체 실험하는 장면은 2차 세계대전때 나치와 일본 731부대의 잔혹상을 빗댄 장면이다.
남아공에서도 인종차별 정책이 실시되던 시절에 보우터 바손이라는 의사가 흑인들을 대상으로 질병 균에 대한 생체실험을 했다.
용병들의 소총은 남아공 벡터사에서 만든 R5. AK47을 흉내낸 이스라엘의 갈릴 소총을 라이센스화해 제작.
요하네스버그는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 전세계 상당량의 금이 남아공 광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도시 주변에 광산 폐기물이 많다.
남아공에서는 간식으로 소의 머리를 요리한 '스콥'을 먹는다. 그 바람에 소웨토 주변 곳곳에 엄청난 수의 소의 해골이 굴러다녀 밤이면 고양이만큼 커다란 쥐들이 나타나 이를 갉아먹는다. 감독은 이를 끔찍한 촬영현장이었다고 전했다.
MNU 본부로 나온 요하네스버그 건물은 남아공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외계인의 로봇 병기는 감독이 좋아한 1980년대 저패니메이션 '마크로스'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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