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똥파리

울프팩 2009. 4. 18. 15:10
볕이 따가울 수록 그늘은 시원하다.
일이 힘들수록 휴식이 달콤하고 꿀맛 같은 이치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보며 나를 대신해 짐진 자의 고통에 감사하듯, 세상의 어두운 모습을 보며 그렇지 않은 삶에 감사하는 겸허를 배우게 된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그런 영화다.

일수 돈이나 받아내며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 상훈의 삶은 조악하기 그지없다.
거기에 불우한 환경에 대한 원망이 가득해 아버지를 때리고 시종일관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똥파리 같은 존재다.

도대체 삶에 낙이 없을 것 같은 상훈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여고생 연희를 만나며 희망을 갖는다.
그리고 다르게 살려는 노력을 한다.

그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조악한 삶 자체가 세상의 또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일깨워준다.
그 속에서 그악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삶이 눈물나게 고맙기도 하고, 불공평한 삶의 저울추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는 상훈의 삶 속으로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마치 '악어' '나쁜 남자' 등 초창기 김기덕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거칠면서 마디가 옹골찬 나뭇가지를 쥐는 기분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는지, 도빌 아시아영화제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에서 굵직 굵직한 상을 주며 이 작품에 환호를 보냈다.
오랜만에 힘있는 우리 영화를 봤다.
하지만 욕설과 폭력으로 점철된 이야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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